"세상이 그리 쉽게 평등해지나요"
▲ 최근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성남이로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건 이사장은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눔이 지역의 양극화 현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사진은 장건 이사장 인터뷰 모습.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1987년 직장서 노조 만들던 투쟁가
주말이면 생협까지 찾아 사회 생각

2007년 FTA파동으로 단식 농성에
건강 잃고 요양 도중 뜻밖의 인연인
박원순 시장 만나 지역재단에 관심

새로운 세상, 정의로 바꾸는 것 아닌
어려운 이웃의 부족함 채워가는 것
소유 놓는다면 도시 양극화는 치유돼


"지역재단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모아서, 지역에 필요한 곳을 지원해 주는 비영리 공익재단입니다"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성남이로운재단 사무실에서 장건(66) 성남이로운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기획재정부의 지정기부금단체인 성남이로운재단은 지역의 주민과 기업에게 지역주민과 지역소재 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은 모금액으로 지역의 비영리단체와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성남시 태평동은 철거민이 천막을 치고 살았던 곳입니다. 지금도 소외계층과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태평동은 1970년대 수도권 정비로 서울 철거민들이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산을 깎아 만든 부지에는 소규모 건물 1500여채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고개 하나만 넘으면 신도시 분당이 나오는데, 성남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바로 여기에 지역재단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장 이사장이 지역재단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오기 까지는 오랜 기간 이어온 노동운동과 지역사회운동 경험이 있었다.

3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도 진행하면서 주중에는 대학교 직원이자 노동운동가로, 주말에는 생협활동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07년 한미 FTA 파동이 터져 농민과 함께 거리로 나가 단식농성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단식농성의 영향인지, 건강을 많이 잃어버려 2008년부터 요양기간을 가졌습니다"

장 이사장이 지역재단 활동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1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면서다.

"우연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만났는데 그에게서 '지역재단 활동을 해보시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역재단에 대한 지식을 하나둘 쌓던 장 이사장은 지역재단이 그가 남은 인생에서 새롭게 나아갈 일이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

"우리사회에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제 권리를 찾기 위해서 투쟁할 수 있지만, 투쟁을 할 수 없는, 그런 세대들도 있다. 아동, 청소년, 노인, 사회적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들 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지역재단이구나. 요양기간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나에게 지역재단운동이 다가왔습니다. 특히 지역에 작은 비영리 시민사회 단체가 많이 있는데 정작 활동가들은 열정페이 말고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재단은 이런 비영리 단체들도 지원할 수 있게 모금활동을 합니다"

2011년부터 지역재단 설립을 지역사회에 제안해 '성남이로운재단'을 창립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재단을 만드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기본 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재단은 돈을 모아서 만드는 법인이기에 지역재단이라는 개념도 생소한 당시에 자금을 모으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지역 시민사회 활동을 바탕으로 기부나눔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서, 그 일에 공감하는 12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초기자금을 모아 시작하게된 것입니다"

단단한 준비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재단이지만 우리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정착하지 못해 아직도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역재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활발한 상황은 아닙니다. 기부금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후 비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촛불혁명이나 시민주권을 담아내는 지방자치가 시대정신이며, 정부의 방향도 차츰 자치분권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중앙으로 사람과 돈이 몰리는 중앙 중심적 사고가 지방으로, 지역으로 옮겨오면 사람과 돈이 지역사회로 모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삶의 불평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 이사장은 30년간의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젊을 때에는 평등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고 신념을 실현하려고 투쟁했는데, 지나고 보니 정의로움만 가지고는 힘들었습니다.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바라본 세상에서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시경의 '남는 것을 덜어서 모자란 곳을 채우면 평화로와 진다'는 글귀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 나누면 좀 더 평등하고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유는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는 것이라며 "인간이 모든 것을 가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부족한 것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눠받고, 많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사회, 소유하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사회, 바로 그것이 모두 다 소유한 사회입니다"

"'왜 남의 돈을 모아서 자선하느냐'고요? 그게 아니고 돈을 모금하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장건 이사장은 …

장 이사장은 1980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대투쟁은 그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게 했다. 소비자가 함께 협동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직접 생산자를 찾아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두레생협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생협전국연합회 회장도 맡았다.

지역재단운동에서 답을 찾은 장 이사장은 성남이로운재단 이사장과 한국지역재단협의회 회장으로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