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세림병원 1·2층 영안실에는 이번 폭우 때 감전으로 목숨을 잃은 젊은 남녀 2명의 유족들이 쏟아내는 오열과 분통의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전 2시15분쯤 계양구 작전2동 대경빌라 앞 하수도 맨홀교체공사현장 주변에서 애인과 함께 변을 당한 박모씨(26)의 아버지(50)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는 듯 주위에서 따라준 술에 만취해 영안실 한켠에 누워 있었다.
 박씨의 애인인 김모씨(23·여)의 2층 빈소에는 친척 등 20여명이 김양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있었다. 김양은 지난달 남동생이 군대를 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대형 식당에서 경리일을 해왔다.
 김씨의 어머니 이모씨(45)는 딸의 영정 사진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사고는 박씨의 승용차가 폭우로 운행할 수 없게 되자 차를 주차장에 세워 두고 걸어가다 애인 김씨가 가로등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되자 박씨가 그녀를 구하려다 함께 변을 당한 것.
 유족들은 수도관 맨홀교체공사 시공업체가 집중 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에도 불구하고 가로등 집배전에서 전기를 끌어다 쓴 뒤 펜스, 경고판 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공회사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행정관청의 안일한 처사로 한쌍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또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 이날 오전 2시27분쯤 세림병원 옆 가스충전소 앞을 지나다 감전사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한 전경 인모씨(24)의 분향소가 있는 부평1동 성당에는 친구 등 10여명만이 허탈하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7년 전 병으로 어머니가 숨져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해 온 인씨는 오는 19일이 제대 예정일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양순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