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문사 세무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언론탄압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언론탄압을 소재 삼아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주요 일간지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우리 언론의 고질병인 선정성, 상업성, 무책임성, 편가르기, 아전인수식 보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김정일 답방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으로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였다는 보도는 압권이었다. 주요신문들은 야당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한 주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대서특필하였다.
 오로지 자신들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변명을 하기 위하여 어설픈 색깔론까지 동원한 것이다.
 필자는 1999년 옷로비사건 특별검사실에서 일하면서 우리 언론들의 선정성, 상업성, 무책임성 등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들은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었던 것인양 대서특필하였으며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예를 들어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마치 굶주린 하이에나 떼처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들어 물고 늘어졌다.
 당시 언론들은 수사관들이 모두 퇴근하였음에도 “현재 심야 수사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중요인물이 특별검사실에 출두하자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하여 신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신문사항까지 공개하면서 “그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신문하였다”는 등 엉터리 보도를 일삼았다.
 한 주요일간지는 뚜렷한 근거없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인이 사건에 개입하였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하였다가 후에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제 이성을 찾고 냉정히 되짚어 볼 때이다. 먼저 신문사 세무조사는 합법적이고 필요한 것이다. 우리 법에는 자산 1백억 이상의 기업은 매 5년마다 세무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다.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있는 것이지 탈세신문사를 눈감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신문사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고 세금을 내면 된다. 또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지면을 통해 항변할 것이 아니다. 제도적 절차를 통해 이의신청을 하면 될 것이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權·言유착을 막자는 것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제3공화국이 언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언론에 특혜를 주고 언론을 길들여 온 이래 우리 언론은 권력과 상당히 밀착하였다.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옳고 그름의 잣대는 팽개친 채, 특정권력을 예찬하기에 바빴으며, 그 대가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언론인들이 국회의원 장관 등으로 발탁되었다. 게다가 몇몇 일간지들은 엄청난 판매부수를 앞세워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언론개혁은 한 마디로 무소불위의 힘으로 때론 권력에 아첨하면서, 때론 권력을 협박하면서 온갖 오보와 왜곡 기사로 국민과 독자를 우롱해온 언론을 개혁하여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국민은 권력과 언론이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권력은 권력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국민과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다. 이왕에 언론개혁의 화두가 던져진 이상 이번에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국회를 중심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하고 언론자유와 언론의 공정성, 투명성이 보장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인들의 자세이다. 언론인 스스로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고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제도가 좋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