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인천 부평경찰서 형사계. 아직 앳된 티를 못벗은 고교 1년 남학생 2명이 고개를 수그린 채 앉아 있었다.
 이들은 작년 12월 부평구 산곡동 이모씨(26·여)의 집 창문 방충망을 뜯고 들어가 40만원 상당의 10돈짜리 순금과 현금 등 47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오락실에서 쓸 돈이 없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군은 지난 5월초에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부평구 산곡동 이모씨(59·남)의 집에 들어가 돼지저금통과 바구니에서 동전 등 2만5천원을 훔쳤다.
 결국 지난 3일 오후 7시40분쯤 다시 이씨의 집에 들어갔다가 귀가하던 이씨에게 현장에서 잡혀온 것.
 하지만 벌써 절도 등 전과5범인 이군과, 함께 잡혀온 가군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는 듣는 사람들을 씁쓸하게 했다.
 둘이 처음 남의 물건을 훔치게 된 이유는 이군이 학교 소풍대금 1만2천원을 낼 돈이 없었기 때문.
 공장일을 하는 아버지의 월급으론 3형제의 용돈도 제대로 주기 어려운 형편이라, 당시 중학생이던 이군과 짝꿍이던 가군은 소풍비를 내려고 처음으로 돈을 훔치게 됐다.
 이군은 “사나흘에 한번씩 받는 용돈 3천원으로는 차비도 모자라 하루 걸러 한번씩은 친구들에게 차비를 빌려 귀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군은 중학생일 때 주말마다 전단지 돌리는 일을 해 6천원을 받으며 용돈을 마련해 왔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던 것.
 가군 역시 형편이 어려워 한달반쯤 전부터 하루에 6시간씩 피자집에서 배달을 해 9천원을 받아 용돈으로 써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4일 특수절도 혐의로 이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가군은 불구속 입건했다. 〈양순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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