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뛰어넘고자 기능대회 10차례 참가
훌륭한 아버지를 둔 자식은 괴롭다.

2017 인천지방기능경기대회 목공분야에서 금메달을 따낸 가재현(43) 씨의 경우가 그렇다.

가 씨는 목재창호분야 대한민국 명장인 아버지 가풍국 씨를 뛰어넘기 위해 1997년 이후 지금까지 10차례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정작 가 씨는 10일 오후 인천기계공고에서 열린 시상식 시상대에 서지 않았다.

대신 부평구 십정동 명장창호공방에서 대패질로 바삐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매년 이맘 때면 지방대회와 기능장시험, 전국대회를 준비하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밀린 업무가 많아 오늘 시상식엔 가지 못했지요."

그동안 지방대회에 10차례 참가해 금 5개, 은 3개, 동 1개를 땄다.

전국대회는 아홉 차례 출전해 2014년 4위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달 20일 열리는 기능장 실기시험은 올해로 세 번째 참가다.

어릴 적 집과 공방이 붙어 있어 먼지 날리는 목공일은 절대 하기 싫었던 그다.

정석항공공고 졸업 후 전기분야 업종에 취업해 갖가지 일을 하다 일손을 거들라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나무를 만지게 됐다.

"목공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를 따라 문짝과 지붕틀을 짜고, 소중한 문화재를 고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표가 생기게 되더군요."

매일 하는 일이 목공이다 보니 실기시험은 쉽지만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현치도(실물과 같은 치수로 그리는 도면) 그리는 시험이 늘 장벽이다.

"기능장이나 명장을 떠나 누구든지 제 작품을 보면 '진짜 잘 만들었다.

진짜 기술자가 만든 것이구나'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