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10) 『봄 감기 조심해야지, 우리 순미가 이렇게 아파서 어카나(어떻게 하나)?』

 정남숙 과장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면서 사로청위원장 부인이 든 아이의 오줌기저귀 보따리를 대신 들어주었다. 순미 어머니는 등에 업고 있는 젖먹이가 힘에 겨운지, 그새 콧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우리도 뻐스 탈 거야요. 어서 같이 가요.』

 정남숙 과장은 순미 어머니를 앞세우고 아파트 앞마당을 걸어나왔다. 손씨도 어깨에 걸친 목도리를 여미고 며느리의 뒤를 따랐다. 아파트 입구 경비초소에서 사민들의 입출입 동태를 살피던 경비병이 정남숙 과장에게 경례를 붙이며 인사했다.

 정남숙 과장은 순미 어머니의 기저귀 보따리와 함께 든 손가방(핸드백)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면서,

 『오늘 평양에 나가 있는 우리 둘째 아이에게 편지가 올지 모르갔시요. 편지, 오면 잘 좀 보관해 주시라요.』하고 경비병에게 담배를 건네주었다.

 경비병은 황송해 하는 표정으로 담배를 받으며 굽실 허리를 굽혔다. 정남숙 과장은 그때서야 안심이 되는 듯 아파트 앞 유보도(遊步道) 쪽으로 나왔다.

 세 사람은 유보도 중간께에 있는 건늠길(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 순미 어머니는 젖먹이의 기저귀 보따리를 받으며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네다. 우리 순미 때문에 늦지 않았습네까?』

 『얼른 가서 뻐스 타면 되어요. 교양원한테 순미 잘 살펴 달라고 부탁해요. 저녁에 잘 때는 물 자주 먹이구.』

 정남숙 과장은 자상하게 순미 뒤치다꺼리를 일러주고 손씨와 함께 건늠길을 건넜다. 두 아이 키우면서 직장에 나가는 것이 힘겨운지 순미 어머니의 얼굴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듯했다.

 거뭇거뭇한 기미가 피어오르고 있는 피부는 거칠고 메말라 보였다. 유난히 광대뼈가 툭 붉어진 눈 꼬리 밑으로는 공화국 혁명가정 중년 여성들이 지니고 다니는 잔주름이 나이테처럼 얽히고 있었다.

 『요사이 공화국 여성들은 아이 둘 데리고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머님은 젊으셨을 때 그 엄청난 일들을 어더렇게 다 이겨내셨어요? 전 어머님 안 계셨으면 아이 넷은커녕 둘도 다 못 키웠을 것 같아요?』

 은혜거리 쪽으로 걸어가면서 정남숙 과장은 손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손씨는 며느리와 같이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며 엷게 웃었다.

 『그때는 려성들이 직장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 키우느라 고생은 되었어도 마음은 덜 바빴다. 아이들도 낳아 놓기만 하면 저희들끼리 앙앙거리면서 커주었고. 더러 홍역 맞아 죽기도 하구 토사곽란에다 경기에 걸려 어미를 혼절시키기도 했지만.』

 『아이 아프고 밤새 울어댈 땐 혼자 몸으로 어더렇게 다 감당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