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꾀병환자를 없애기 위하여 법원이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인천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는 의사 10명이 증인으로 소환돼 오후 11시40분까지 증인신문을 받는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형사 2단독 노수환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차량의 충격부위와 손상정도, 피해자의 나이와 평소 건강상태,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의 사정을 감안해 볼 때 매우 경미한 사고에 비해 의심이 가는 상해진단서를 발부한 의사들을 상대로 진단서 발부 경위 등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
 노 판사는 상당수의 교통사고 환자들이 실제 부상보다 부풀려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료 등 보상비를 받아가는 행태, 이른바 꾀병환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의사들을 법정으로 소환하는 등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법원의 배려로 하루 진료가 끝난 뒤 오후 7시부터 법정에 나온 의사들 대부분은 외견상이나 엑스레이 등의 검사상 특별한 이상증상이 보이지 아니한 경우에는 주로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 진단서를 발부하는 관행을 토로하면서 환자가 꾀병을 부리는 경우에는 의사도 이에 속아 진단서를 발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피해차량의 파손사진을 보고 차량의 충격 부위·방향 등 자세한 사고경위를 들은 의사 A씨는 “지금도 환자의 말만 믿고 똑같은 진단서를 발부할 수 있느냐”는 노 판사의 질문에 “자동차 피해견적 내용만 듣고 진단서를 발부했으나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진단서를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의사 B씨도 “실제 사고내용을 알았다면 진단서를 쉽게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의사 C씨는 뒷범퍼 모서리의 페인트가 손톱만큼 벗겨진 사실과 머리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인하고서도 자신이 발행한 염좌상과 뇌진탕의 상해진단서에 대해 “환자가 아프다는 진술을 믿고 진단서를 발부하더라도 아무런 잘못과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재판부와 동료 의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날 노 판사는 의사들에게 “재판에서 의사의 진단서는 매우 중요한 만큼 사고의 크기나 정도 등을 확인해 신중하게 진단서를 발부해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노 판사는 앞으로의 재판진행과 관련 “필요할 경우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는 등 현장검증 실시는 물론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며 “피해자들의 허위증언 및 과다한 합의금이나 보험금 수령 등의 위법이 드러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송금호기자〉
khsong@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