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란 경치가 좋은 곳에 휴식을 위해 지은 집이다. 그러나 집이라고는 해도 기둥과 지붕이 있을뿐 벽없이 사방을 튼다. 한자의 정자정(亭)자도 높을고(高)의 획줄임에 장정정(丁)을 받친 글자로 정자의 의미를 나타내 준다. 즉 정(亭)은 사람이 바람을 쐬며 쉴 수있도록 높이 세운 집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자는 대개 경관이 좋은 산이나 언덕 그리고 냇가나 호수 바닷가에 짓는다. 대동야승에는 서거정이 달성 뒷동산에 못을 파고 연꽃을 심어 정자를 만들었는데 이름을 `亭亭亭"이라 했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는 옛부터 정자문화가 발달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소개된 누정수는 885개인데 그중 정자가 365개로 되어있다. 강화도 역시 누정이 많은 고장으로 꼽히는데 한 자료에는 20곳인 것으로 나타난다. 누정이란 누(樓)와 정(亭)을 말하며 누는 정과 형태는 비슷하나 층계를 둔 다락집인 차이가 있다. 인천의 자유공원에도 항구를 내려다 보는 언덕에 기증자의 호로 명명한 연오정과 석정루가 있다.

 정자를 일러 유홍준 교수는 휴식처이자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한가 한 때 그곳에서 홀로 휴식하거나 마음을 정리하고 혹은 여럿이 모여 정서를 교감하는 장소였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정치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흥이 돋으면 시작으로 화답하는 문학의 현장이었다고 한다. 정리하면 이러하다. 우선 명소에 많은 만큼 누정은 ①유흥과 경치를 완상하는 구실을 했다. 그리고 ②선비들의 휴식처로 시단을 이루었으며 ③학문과 강학의 장이었으며 ④씨족들의 종회나 부락민의 동회의 장소로 이용되었고 ⑤활쏘기의 수련장에다 ⑥한 고을을 지키는 성루이기도 했다.

 뿌리깊은 정자문화는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이름난 관광지나 공원에도 짓고 동사무소와 아파트에도 보이는데 한식기와 지붕을 얹은 팔각정의 형태이다. 문제는 한 채를 짓더라도 옛 운치가 되살아나는 번듯한 전승물이어야 하는데 근본도 모를 초라한 것들이 많다.



 하남시의 한마을 한정자 짓기를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