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란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
박정란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

고대 중국의 역사서 전국책(戰國冊)에는 기복염거(驥服鹽車 : 천리마가 소금을 실은 수레를 끈다)라는 고사성어가 전해져 온다. 옛 진(秦)나라 목공 시절 준마를 잘 찾아내는 상마가(相馬家)로 이름을 날리던 손양(孫陽)과 관련된 이야기다. 당대의 손양은 말이 지닌 잠재력을 잘 파악해 '백락(伯樂 : 천마를 관장하는 신선)'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번은 그가 태행산(太行山)을 지나가다 소금 수레를 끄는 말 한 마리를 보게 됐다. 그 말은 무릎이 꺾이고 꼬리는 축 늘어져 매우 늙고 추레해 보였으나 손양이 자세히 살펴보니 '준마 중의 준마'라는 천리마가 분명해 보였다.

손양이 이를 한눈에 알아보니 천리마는 자신을 알아주는 그를 보고 그 자리에서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었다고 한다. 분명한 명마로 세상에 태어났으나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늙어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매우 서러웠을 것이다.

이처럼 세상에는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세상에 큰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것은 소금수레를 끌던 천리마처럼 금수(禽獸)가 될 수 있고, 혹은 사람이나 사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기북부는 타 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는 하드웨어를 지닌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 330만명의 도민이 거주하는 경기북부는 광역단체로 치자면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에 이어 5위 규모의 인구를 자랑한다. 면적도 4266㎢로 서울의 7배다.

또 지정학적 위치상 통일 이후 한국의 발전을 이끌어갈 중심거점 도시 역할을 수행할 지역이자, 반환공여지 및 DMZ 등 광범위한 개발가능지를 보유하고 있어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는 그간 과도한 중첩규제, 소극적 투자와 제한된 개발 여건 때문에 잠재력에 비해 발전이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행정구역의 100%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44%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공장의 신·증설이나 대학 이전 등에 많은 제한이 있어왔다.

아울러, 현재 국토계수당 도로 보급률과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국 17개 지자체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시설이나 의료시설, 교육시설이 비교적 미비해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도 상당한 장애요소들로 작용해 왔다.

이제는 경기북부가 가진 잠재력을 적극 발굴하고 이에 따라 과감한 투자와 함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북부가 '소금수레나 끄는 노마(老馬)'가 아닌 '천리를 하루 안에 달리는 천리마'가 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이 가진 가능성을 찾아 그 능력을 대폭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

이에 경기도는 올해 1월 '한반도 번영의 중핵지대, 경기북부'라는 비전 아래 낙후된 북부지역 발전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향후 10년간 경기북부 발전을 견인하는 내용의 마스터플랜 경기북부 10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경기북부 5대 핵심도로 사업을 추진, 북부지역의 도로 인프라 개선에 집중적인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에는 도비 722억 원, 국비 377억 원 등 총 109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K-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한류월드 조성사업, 경기북부 관광 인프라 구축, 미군공여지 개발사업, 지역균형발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마련하고 추진해 통일 한국의 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경기북부의 잠재력을 적극 발굴·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어느덧 민선6기의 경기도호(號)가 힘찬 기적을 울리며 성대한 출발을 알린지 2년이 지났다. 이와 함께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수많은 정책과 사업들도 돛을 활짝 펼쳤다. 이제는 모두가 무한한 가능성과 지리적·물적·인적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보고(寶庫), 경기북부에 주목해야 할 때다. 경기북부는 대한민국의 천리, 만리 미래를 이끌 분명한 천리마이기 때문이다. /박정란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