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직업이 중요한 시대는 저 멀리 보내버린 줄 알았다. 누구나 저 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취업 현장에서는 아버지 직업이 아직도 중요한 모양이다. 인천지역 기업들이 신입, 경력 사원을 뽑을 때 부모 직업이나 학력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업무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부모 직업이나 학력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제법 큰 사업장에서는 가족관계를 자세하게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을 놓고 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자신의 실력이 아닌 부모나 친인척들의 스펙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입학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로스쿨이 일부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도 로스쿨 입학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판 음서제는 로스쿨을 넘어 취업 현장 곳곳까지 자리잡았다. 가족 배경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사회 여기저기에 만연돼 있는 것이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운 현장에서 극히 평범한 사람들은 더욱 살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자는 5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만5000명이 늘었다. 청년실업률도 해마다 증가해 올 2월에는 12%를 돌파했다. 어려운 경기 상황을 이유로 국내 대기업들도 채용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돼, 청년들의 좌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음서제는 고려시대 고급 관료 자제들에게 관직을 주었던 제도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또 지난 지금, 음서제를 빗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몇몇이 누린 특혜는 여러 사람들의 차별로 되돌아 온다. 대부분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시스템 구축 등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사람만 똑똑하면 된다'는 가장 상식적인 말들이 통용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영화 '친구'의 한 대사, '니 아버지 뭐하시노'는 결코 우스갯 소리가 아니었다. 직무와 직접 관계없는 정보에 대한 이력 항목을 요구한 인권위원회 권고가 이제는 강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