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학자 슘페터가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라 한 "이노베이션(혁신)"의 중요성은 그가 살았던 당시보다 지금 더 강조되고 있다.

 세기를 넘나들던 기술개발의 속도는 몇 십년 단위를 거쳐 이젠 몇 년 단위로 단축됐다. 심지어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기간이 고작 몇 개월에 불과하다. 제품을 출시한 지 채 3~4개월도 지나지 않아 복제품이 나돌 정도이니 기술개발은 상시적인 일이 된 셈이다.

 만일 이런 속도에 적응치 못하거나 혁신활동을 게을리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경쟁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절박하다 해도 규모가 적은 기업이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혁신의 핵이라 불리는 창업기업의 경우는 더 하다.

 기술이 뛰어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창업 및 제품화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사이 쓸모 없는 것이 되기 일쑤이다. 설령 사정이 나아 제품화에 성공했다 해도 판로개척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래저래 애만 쓰다 경쟁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특정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이러하다면 흔히 유퍼스나무 효과 때문에 이 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최근들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단유치, 기술개발 지원 등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유퍼스나무 효과를 예방하고 지역내 혁신을 도모키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전의 원동력이라 하는 혁신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흔히 혁신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트라이앵글 지역, 유럽의 첨단지역의 경우 성공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지금은 첨단산업의 메카로 세계 산업계를 좌우하는 실리콘밸리도 그 출발은 지역대학의 캠퍼스에서 비롯됐다. 50년 전인 1951년 알로 알토에 있는 스탠퍼드대학이 캠퍼스부지 중 농업지구로 지정돼 있던 땅을 지방정부와 협의 하에 공업부지로 전환, 기업들에게 임대한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의 모태였다.

 트라이앵글 지역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듀크대학 등 3개 대학과 주(州)정부, 민간부문의 지도자들이 합심해 성공을 일궈낸 케이스다.

 전문가들이 지역혁신 조타수의 1순위로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을 꼽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사정이 이러하건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은 이와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현재 인천의 경제실정은 최악이다. 성장의 견인차 제조업의 신장률이 지난 80년 중반 이후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대기업의 타지역 이전, 금융기관의 연쇄도산, 대우자동차 부도 등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밑바닥에서 헤매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어느 도시에 비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절박하며 이에 비례해 지방정부와 대학에 거는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의 역할은 아직 기대 이하이다. 인천발전연구원과 인천중소정보통신협회가 인천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 5일 발표한 "지역 혁신환경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수년 전부터 실시해온 산학연 공동사업조차 일부 교수의 경우 이름만 끼워 넣는 식으로 연구비를 탔던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조사업체의 50%이상이 지방정부와 대학이 혁신활동에의 기여도가 낮다고 응답한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지방정부와 대학들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기업들이 지방정부와 대학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인천에서도 제2의 스탠퍼드대학과 혁신을 발벗고 전도하는 시장님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방정부와 대학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