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어느 저녁 오후 6시30분경 어둠이 깔려가고 있었다. 목덜미로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 외투깃을 올리고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시내버스가, 평소에는 잦다고 생각했었는데 20여분을 기다려서야 시내버스에 오를 수가 있었다. 영하 14~15도의 기온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만 했었다.

 버스가 출발한 후 몇분이 지나서 빙판의 언덕으로 조심해서 기어올라 정차차선 다음차선까지 나온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며 기사는 운전석 뒷좌석에 앉은 허술한 차림의 50중반 승객에게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는데 기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야단들인지 알 수 없다구요. 불만 있으면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가서 하는 것이 마땅한데 말이오. 보시다시피 정거장에 제대로 차를 댈 수도 없잖아요. 자가용이나 화물차나 별별 차들이 버스 정거장에 버젓이 주차되었어도 단속하는 사람이 없단 말이요. 그러니 차선은 모자라지, 차는 빠지지 못하지, 차 탈 사람들은 한 차선 더 나와서 법석이지 그러니 버스가 제시간에 다닐 수가 있느냐 말이오. 차라리 버스가 정차해야 할 차선에 유료주차지 표시를 해 놔봐요. 누가 그곳에 주차하겠습니까. 저 만큼 더 가다 보시겠소. 이건 아예 편도 3차도로가 1차도로만 이용된다니까요. 왜 그런지 알잖아요. 구청장들이 다음 출마를 위해서 단속을 않는다 말이오.” 기사의 말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고 버스가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이동하는데 보니 허튼 소리가 아닌 지역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저녁 때 일단 귀가하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목적지로 이동한다. 다니다보면 차도가 주차장이 되고 정거장은 다음 차선인 경우를 본다. 주차된 차들의 사이로 차도까지 나가서 차를 기다릴 때, 치안부재와 시민이나 구민의 편익을 뒷전으로하는 행정을 느끼게 된다. 기사는 “서울은 차 노선길이가 인천의 두 배인 경우도 오히려 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구요. 이거 버스 기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욕만 먹는지 못해먹겠다구요”한다. 그렇다. 운전기사가 불평할 만도 하고 승객 누구나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이다.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욕구가 생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려면 엄격한 도로교통 단속이 지속되어서 생활화되도록 해야한다. 그래야만 민주시민이 될 수 있음은 물론 200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류 수입도 줄여 외화 유출 절감으로 경제성장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민의식도 스스로 개선해야겠다. 차 소유자로서 도로교통법 준수에 노력하여 민주시민으로서 자부심도 갖고 시민질서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도록 해야 되겠다.

 행정은 시민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서 이뤄져야 한다. 행정을 위한 인건비 일체는 시민의 혈세다. 따라서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행정은 바로 부실행정이다.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시와 구의 행정을 기대한다.

〈윤충구·인천시 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