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유희성 살린 그림책 '감성 자극'
▲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무거움과 가벼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새책을 펴 냈다. <주머니속에 뭐가 있을까>는 그림책의 유희성을 최대한 살리며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책이다. 마음에 콕 와 닿는 그림책을 보고 싶을 때, 한바탕 놀이를 즐기고 싶을 때 만나 보면 좋은 그림책이다.

이 책에선 주머니 밖으로 살짝 드러난 모양을 보고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을지 맞춰 보는 수수께끼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토끼의 귀처럼 뾰족하게 솟은 모양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아도 몇 개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틀에 박힌 생각을 깨기 위해서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

작가는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나 창작의 조국이라고 밝힌 한국 아이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준다.

국적이나 민족은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은 사물을 쓸모로 인지하기 전에 감성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돌멩이, 씨앗, 이파리, 작은 장난감 따위를 주머니에 넣고 보물처럼 지니곤 한다.

그런 아이의 마음으로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 보면, 수수께끼는 더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두 갈래로 뾰족하게 솟은 모양은 토끼의 귀도 되고, 노래하는 새의 부리도 되고, 조롱조롱 꽃이 달린 이파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여러 가지 대상을 보여 주면서도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는다. 책장을 넘긴 독자에게 정답을 외칠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상을 이름으로 인지하기 전에 감성적으로 느껴 보라는 것은 아닐까?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슬픔, 즐거움, 무서움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 여름이나 겨울과 같은 특정한 계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사계절, 64쪽, 1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