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대학생들의 소년·소녀가장 후원사업이 매주 화장실 벽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 오고 있다.

 이들 대학생들은 각각 결연한 소년·소녀가장들을 1주일에 한두번씩 방문해 과외지도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친형" 노릇을 해주고 있다.

 인하대 "나무", 인천대 "뫼골둥지", 인천전문대 "작은세상", 인천교대 "샘소슬" 등 각 대학 동아리 회원들로 구성된 이들이 소년·소녀가장들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이들은 소년·소녀가장들은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을 8절지 종이에 담아 주 2회씩 지난해 10월부터 각 대학 화장실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에게 알리기 위해 봉사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는 내부 반발도 있었어요”라며 “그렇지만 지금은 애들은 잘 있느냐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인하대 나무 회장 안대윤씨(24)는 전했다.

 에피소드도 많다. 주로 남·여 화장실에 붙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성(性)"을 뛰어 넘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밤중이라고 안심하고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갇힌 적도 있어요”라고 안씨는 말했다.

 가장들의 얘기가 벽보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사회적 반향도 크다. 우선 동아리 회원수가 부쩍 늘었다.

 처음 2~3명씩 뜻이 맞아 시작했던 모임이 지금은 회원만도 각 대학별로 10여명으로 늘어 동아리로 "승격"됐다.

 교수나 교직원, 학생들의 후원도 늘어 "동생들"의 먹거리도 풍성해졌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김동훈군(15)과 의형제를 맺은 황현섭씨(25·인하대 토목공학과)는 “처음에는 서로 서먹해 말도 제대로 못 붙였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칭찬이라도 받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씨도 동훈이가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아버지도 지난 99년에 사망했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는 내용을 쓰다가 몇 번이나 울었다고 전했다. 황씨처럼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맺은 대학생들은 모두 40여명 정도. 결연 가장만 50명이 넘는다.

 이수진(13), 수영(10)자매를 후원하는 김혜영씨(24·인천전문대)는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더 도와주고 싶죠”라면서 “하지만 동생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들 얘기를 들어줄 대화상대예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설에 수진·수영 자매와 떡국을 끓여 먹고 세뱃돈으로 도서상품권을 전했다고 귀띔했다.〈김칭우기자〉 chingw@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