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특차합격자 박본식씨

 조바심속에 대학 합격·불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들과 달리 박본식씨(인천시 서구 심곡동 한국아파트)는 요즘 느긋하게 3월 개강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대 경제학부에 특차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심 걱정도 많다. 같은 과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의 나이는 53세. 2001학번을 달고 그는 3월부터 아들뻘 보다도 어린 학생들과 나란히 강의를 듣는 대학생이 된다.

 “돌아가신 어머님 한을 풀어드려 기쁩니다. 합격사실을 확인했을 때 두다리가 후들거리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며 어머님과 많은 얘기를 했는데, 어머님이 장하다며 웃어주시는듯 하더군요.”

 전남 신안군 하의면 상태도라는 작은 섬. 초교를 마친 후 가정형편상 진학을 못한 그는 17세 어린 나이에 지원입대(해병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살아있으면 참전수당을 받고, 죽어도 남은 가족에게 원호금이 지급되리라는 독한 마음에서였다.

 19세때 다행히 온전한 몸으로 제대,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부두노동자, 노점상, 의류도매업, 부도, 빙수장사 등 수많은 굴곡을 넘으며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흔들릴때마다 바로 서도록 붙잡아준 아내의 존재는 그에게는 너무도 컸다. 26년 결혼생활 내내 부부는 존대말을 쓰며 서로를 아껴왔다.

 “98년 어머님은 눈을 감으시며 "용서해라. 미안하다"하시며 제손을 잡으셨습니다. 못 가르친 것이 한이 되셨던 겁니다.” 그해 중학과정을 시작했다. 이듬해 고입자격검정고시 합격, 2000년 고졸자격검정고시 합격, 그리고 그 해말 특차합격. 3시간 수면외 하루종일 공부에 매달린 만학도의 승리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학업성취의 집념과 성실함에서 그가 어떻게 삶을 살고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안구기증 등록증명서"와 "시신기증 등록증". 죽어서도 육신을 다른이를 위해 쓰겠다는 그의 의지다. 재직중인 서인천신용협동조합 이사장 1년 활동비 6백만원 전액을 가난한 학생을 위해 내놓는 것은 살아서 조금이라도 더 베풀겠다는 생각에서다.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