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개화기 건축물들이 밀집해 있다. 박물관이라 할 만큼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다. 1883년 개항된 이후 세워진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의 각종 건축물이 50채가 있고, 그 중에서도 답동성당 등 7채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건축물은 하나 하나가 말 없는 역사의 증인이나 다름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동안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해 훼손됐거나, 일부는 재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때마침 인천시가 역사적 건축물 보전에 앞장서고 있어 머지않아 인천은 관광명소에다 역사교육장으로서 새로운 활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적 건축물이나 유적에는 도시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고, 개성과 매력을 느끼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같은 도시의 매력 때문이다. 판테온신전은 2500년 전에 지어진 것이지만, 지금도 아테네시의 주요 재정수입원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콜세움도 매년 수백만의 관광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허물어진 성곽, 부서진 돌까지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이처럼 역사적 유적에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숨어있다. 그래서 도시마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보전하고 가꾸려 한다. 유명한 인물의 생가, 그가 묵었던 여인숙, 잘 다니던 식당 등이 관광명소가 된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연일 만원을 이루는 마크트웨인, 베토벤의 생가도 그중 하나다.

 보전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역사적 건축물을 헐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 도시는 관광객만을 잃는 것이 아니다. 이 보다 더 큰 손실은 더 이상 역사의 숨결을 들어 마실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경우이든 역사적 유적은 방치하거나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역사는 사라져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은 건축물이다. 그 속에는 그 시대의 영광과 좌절, 피와 눈물이 녹아있다. 58은행 인천지점(현 중구요식협회), 구 제물포구락부(현 인천문화원), 홍예문, 해왕사 등 중구 구도심에 밀집해있는 근대 건축물에도 쇄국의 문이 열리면서 굴욕으로 얼룩진 우리의 어두운 역사가 서려있다.

 한국이 처음으로 19세기 열강들의 군함외교, 조계지와 침략을 경험한 인천은 전통과 서구문명이 부딪치고 공존하면서 현대 한국이 탄생한 도시이다.

 인천은 동서양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격랑속에서 역사가 선택한 도시이기도 하다. 제2의 개항을 맞고 있는 오늘날 첫 번째 역사적 관문이었던 인천의 역사를 회상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 다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의 역사적 건축물 보전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고, 시민들도 이에 대한 성원과 지지를 아껴서는 안될 것이다. 인천인 모두가 또 다시 인천에서 21세기 한국의 탄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외세의 강요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밖을 향해 문을 열어야 한다. 인천인들의 역사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