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 시험 중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용변이 급한 응시자는 소변봉투를 받아 수험장 뒤쪽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여성의 경우 우산으로 가려주는 '친절한 서비스(?)'도 베풀었다. '이러한 국가시험 운영방식이 인권침해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지자체와 행정부가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이며 '제도개선'과 '현행방식 고수'로 대립하고 있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전국 최초로 이 문제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상급기관에 개선을 요구했다. 경기도 역시 같은 의견을 행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행자부와 인사혁신처의 생각은 달랐다. 최장 150분 정도의 시간동안 뇨의를 참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설령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험운영의 공정성이 우선이므로 제도개선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무원임용시험 지침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부기관에서 제도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지자체들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섞여 시험을 보는 장소에서 급하면 소변봉투로 해결하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정부지침은 현재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

도는 "행자부가 예산은 주지 않으면서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긴다"고 하고 행자부와 인사혁신처는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서로'네탓타령'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인권침해지침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보면 '선진행정구현'이란 구호가 그저 전시행정일 뿐임을 알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직자들의 인권의식이다. 인권은 무시해도 된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공직사회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비인권적 발상은 제도에 투영되어 시민의 권리를 상시적으로 무시한다. '인권'과 '공정성'이 상충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는 공직자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폭력적 제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공직자 인권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