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바람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데, 소위 국민의 대변자라고 하는 국회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흡사 딴 세상 사람인양 제 밥그릇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4월 총선 유세기간때, 지금 국회의사당에 자리잡은 국회의원들의 대 국민 공약과 호소를 필자는 물론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를 맞이해 오직 국민만을 보고, 국민만을 위해, 새로운 정치와 의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그들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허공에 흩어진 공약(空約)이 되어버렸다.

 국회예산의 정기국회 통과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의원들의 책무이다. 역대 국회에서 정기국회를 넘긴적이 단 한번도 없는 국가예산안이 기한을 넘겼으나 소위 법을 만든다는 국회의원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이에 대한 사과나 그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성명하나 없다. 차가운 날씨가 걱정이 되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위로했다는 의원도 본 적이 없다.

 기껏 자신들의 세비인상이나, 겨우겨우 터를 잡아가고 있는 지방자치제를 없애야 한다느니 마느니 떠들고, 상대방의 약점이나 물고 늘어지면서 주도권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을 보면서 왜 국회를 없애야 한다는 소리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지 않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필자는 먼저 국회 제1당이자 정권재탈환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최근 현 대통령인 민주당총재의 당적이탈과 함께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한 질문이다.

 국민을 고통과 실의에 빠지게 했던 IMF한파는 어느 당이 집권할때 생겼는지, 만일 당시 지금의 한나라당이 재집권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잘살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제1당이자 실질적인 유일야당으로서 지난 2년동안 단 한가지라도 제대로 된 정책제안이나 국민이 공감할만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는지, 국민의 안위를 한번이라도 진정 걱정해 보았는지 묻고싶다.

 아마 이에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대다수 국민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와 자격으로 김대통령의 당적이탈과 거국내각을 요구하는지 가소롭기 그지없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당시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외환위기를 넘기기는 커녕 더욱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다음은 소위 집권당이라는 민주당의 행태이다.

 오랜 기간 수없는 고생과 박해를 받으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정권을 탄생시켰으니 고생한 이들에 보답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집권측과 국민과의 괴리가 생긴 근본이유는 바로 특정지역 계층에 대한 특별대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소수겠지만 그 도가 지나쳤다는 판단이다.

 또한 정권초기 어려울때는 너나없이 나서서 "국민과의 대화"니 "토론회"니 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의 힘을 결집시키던 모습은 어느덧 내가 시키면 그냥 따라오라는 그런 고압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사소한 일반상거래에 있어서도 정성을 쏟고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지 않으면 깨지지 일쑤인데 국민을 상대로 한 국정운영과 정책추진에 국민을 도외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재의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가운영 시스템이나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책이라도 국민이 불신을 갖고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되살리고, 국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국민의 진정한 힘을 인정하면서 설득하고 위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민을 무서워하는데, 장관이나 당직자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It is just the public opinion. “문제는 여론이다.” 19세기 유명한 재담가인 빌링스는 “사람들이 무지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무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측이 정권초심으로 되돌아가 국민을 설득하고 위로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