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나앉을 판에 軍시설물 지원 웬말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용유지역에 국방부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막사와 해안철책선을 설치하면서 국방부 자체예산이 아닌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돈을 조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 8월 건교부의 지시로 국방부가 영종·용유지역에 설치하려던 해안 철책선과 군막사 등 군사시설물 예산 3백10억원중 2백억원을 지급했다.

 올초 국방부는 기획예산처, 재경부, 건교부와 협의를 갖고 건교부 예산으로 군시설물 자금을 지급하려 했으나 인천국제공항의 경계를 목적으로 한 만큼 공항공사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협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는 당초 인천공항 경계를 위해 국방부에 지급할 예산은 전혀 없어 지급을 거부했으나 건교부가 지급을 지시, 은행에서 차입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2백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지급했다

 내년 3월말 공항 개항을 앞둔 공항공사는 현재 지방세 낼 돈조차 없어 공항 시설물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92년 공항건설에 차입한 사업비의 이자만도 매년 4천여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등 한푼이 아까운 처지다.

 또 내년 정부지원 예산도 삭감돼 2단계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는 등 개항부터 빚더미에 허덕일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교부가 공항공사 정부 출자금중 감자형식으로 국방부에 군 시설물 예산을 지급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특히 인천공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차량들로 인천공항 주변도로 곳곳이 교통체증이 극심한데도 이 체증을 해소할 용유외곽순환도로 미개통구간 6㎞건설비 2백여억원이 없으면서도 국방부에는 이 돈을 지원했다

 건교부의 지시에 의해 공항공사가 해안철책선과 군막사 설치 등에 뭉칫돈을 지원한 것이 알려지자 그동안 해안철책선 반대를 외치던 영종·용유지역 주민은 물론 인천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영종·용유지역 주민들이 군부대 주둔과 철책선으로 생계 위협과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며 해안철책선 설치 반대를 외치고 있을 때 공항공사는 2백억원이란 공항기본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국방부에 지급한 꼴이 됐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국장은 “국방부가 인천공항을 포함, 영종·용유지역 연안경비 목적으로 해안철책선을 설치한다면 당연히 국방부 자체예산으로 해야지 공항공사의 지원을 받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인천시민단체와 영종·용유지역 주민들과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건호 철책선설치반대 영종대책위원회장은 “공항공사는 주민들에게 어업보상을 하면서 한푼이라고 덜 주려고 아끼면서도 주민들이 반대하는 군시설물 예산을 지원한 것은 납득이 안간다”며 “해안철책선 반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인치동·박준철기자〉

terryus@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