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와 「고향」의 시인이자 식민지의 고달픈 서정을 노래했던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위업과 생애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인천지역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대 오양호 교수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정지용기념사업회(회장·김용직)가 추진하고 있는 정지용 시선집 일어번역 및 출간작업과 시비건립사업이 바로 그것.

 특히 정지용 시인의 출생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02년 6월 건립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시비건립사업은 인천의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이 재정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시비는 정지용 시인이 다녔던 동지사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일본교토의 가모가와공원에 세워질 예정.

 동지사대학은 정지용의 후배이자 「별헤는 밤」의 시인인 윤동주의 모교이기도 하며 이미 학교내에 윤동주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번 시비건립은 조선 현대시의 선구자이면서도 국내에서조차 납북작가라는 멍에속에 대표적인 판금시인 중에 한사람으로 묻혀졌던 그의 작품과 문인으로서의 입지를 일본에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특히 시비가 세워질 가모가와강변은 정지용 시인이 시 「갑천」에서 노래 했듯이 시인이 자주 찾아 강물에 객고와 향수를 흘려보내며 한시대를 목메이게 노래했던 곳이기도 하다.

 정지용은 충북 옥천 출생으로 고향에 시비와 생가 등이 보존되어 있으며 44년부터 3년간 부천시 소사2동에 살았다는 이유로 부천 등에 시비건립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비건립 추진은 한일문화교류의 역조현상을 극복하고 한일간의 대등한 문화적관계로 한국의 선비정신과 문화정신을 수출한다는 순수한 차원에서 마련된 것.

 정지용기념사업회는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미 대산문화재단으로부터 1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일어판 정지용시선집의 출간을 위한 번역작업에 들어간 상태.

 이 작업에는 오양호 교수(인천대), 심원섭 교수(경기대), 하야시다카시 교수(경도산업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내년 8월까지 번역을 마치고 10월중 출간할 예정이다.

 정지용기념사업회에는 인천출신의 조남현 교수(서울대)와 양왕용 교수(부산대), 이숭원 교수(서울여대)와 홍상화(한국문학 주간), 김명인(황해문화 주간)씨외 17명의 각계인사들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지용기념사업회의 오양호 집행위원장은 『이 사업들은 정지용 시인의 시와 서정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의 한일문화교류의 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들』이라고 밝히고 『이를 위해 정지용을 아끼는 인사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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