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신치용 감독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 13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 감독은 인터뷰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서 얻은 것도 있다"면서 "지고 나니까 더 많은 게 보인다"고 말했다. 
    "내보낼까도 생각했지만…레오가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25·등록명 레오)가 2015-2016시즌에도 삼성화재에서 뛴다. 남자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레오와의 재계약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신치용(60) 감독은 '테스트'를 거친 후, 레오와의 재계약을 허락했다.

    13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신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레오와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사실 '레오를 내보낼까' 고민도 했다"고 털어놨다.

    레오는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지명도'가 거의 없는 선수였다.

    2009년 쿠바를 떠나 푸에르토리코로 망명한 레오는 '쿠바 망명 선수는 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는 규정에 따라 2011년에야 푸에르토리코 프로리그에 선수로 등록했다.

    2011-2012시즌 소속팀을 푸에르토리코 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MVP에 뽑히긴 했지만 유럽리그를 누비다 국내 무대를 밟은 다른 선수에 비해 경험도 부족하고 이력도 초라했다.

    그러나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재능을 꽃피우며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떠올랐다.

    신 감독은 레오를 무척 아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OK저축은행에 3전 3패로 무력하게 패한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레오는 부진했다.

    정규리그에서 56.9%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34경기 1천282득점을 한 레오는 챔프전 3경기에서 99득점, 공격성공률 49.4%에 그쳤다.

    신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 레오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레오에 앞서 '2년이 지나면서 변한 외국인 선수'를 떠올리기도 했다.

    신 감독은 "안젤코 추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2시즌을 뛰게 한 후 내보냈다. 가빈 슈미트도 3년차 때는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시즌 선수들 사이에서 '레오가 달라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레오가 챔프전을 앞두고 다소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챔프전 때 외국인 선수가 흔들리면 팀이 완전히 무너지니까 달래기만 했는데 실전에서도 실망스러웠다"고 '레오의 3년차 모습'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라도 팀 분위기를 해치면 내보낸다"는 게 신 감독의 신념이다.

    신 감독은 레오가 귀국하기 전, 일종의 테스트를 했다.

    그는 "레오도 챔프전 결과에 충격을 받았는지 숙소 밖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팀 고참 2명에게 '레오에게 술 한잔 사주면서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레오와 만난 선수들은 신 감독에게 "레오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의욕도 있다"고 전했다.

    그제야 신 감독은 레오를 다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팀과 동료를 존중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와는 함께할 수 없다"며 "레오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내보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레오의 각오를 들은 신 감독은 레오가 푸에르토리코로 떠나기 전 만나 "고생 많았다. 우승을 하지 못한 점은 감독인 내 책임이다"며 "다 잊고, 내년 시즌에 열심히 해보자"고 다독였다.

    신 감독은 '도전자로 돌아간 삼성화재의 새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레오에게 '이번에는 휴가를 줄이고 빨리 한국에 오라. 준비 없이 우승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레오도 '빨리 돌아와서 훈련하겠다.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