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난·외로움이 남 아픔 헤아리는 원동력”
 방황하는 청소년을 위한 상담에서부터 사망한 이들에게 수의를 만들어 입히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임경자씨(56·인천시 서구 석남1동).

 『다섯살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저를 외할머니에게 맡긴 채 새 가정을 꾸리셨어요. 사춘기가 되어서야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을 알았죠.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게 살고 계셨습니다. 그때의 배고픔과 그 지독한 가난이 얼마나 힘겹고 서러웠는지….』

 스무살때 이복동생들과 아버지를 뒤로 하고 집을 나와 교회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그 자신 너무 외롭고 고생스러운 삶을 살았기에 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었다.

 『열심히 살다보니 제게 없던 것을 갖추게 되었지요.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을 만나 마음껏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시어머님도 생겼고 두 아이와 내 집도 장만했지요.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예요.』

 지난 91년에는 병든 시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한 공으로 인천시민상을 타기도 했던 임씨. 이웃에게 베푸는 그이의 사랑은 물론 가족에게도 해당된다. 집안에 닥친 궂은 일도 정성껏 도와줘 친척들 사이에서 「가족문제 해결사」로 통한다며 웃는다.

 『이런 일들을 의무감에서 했다면 지쳐서 오래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게는 가치있고 또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즐겁게 할 수 있었지요. 괴로울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까 고통스러웠던 삶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더군요. 제가 열심히 살게 된 원동력이 되었으니까요.』 스스로를 「밟혀도 다시 살아나는 들꽃」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그이는 환하게 웃었다.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

〈사진=한오봉 아마추어 여성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