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기호같기도 하고 붓질자국 같기도 한 것들만 존재할 뿐 구체적 형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화면을 채운 블랙 레드 화이트의 강렬한 색상에 압도되는 느낌. 작가는 무엇을 그리고자 한 것일까. 처음 그림을 대했을 때 대부분 관객이 느끼는 것과 작가에 대해 가지는 의문점이 이런 것들이리라.

 그 그림을 그리는 인천의 중견 서양화가 강하진. 현대미술이라는 개념이 아직 국내에서 생소하던 70년대 초부터 반 회화적 작업을 선보이며 국내 화단의 눈길을 끌었고, 이후 「자연율」이라는 일관된 주제아래 천작업에 전념해 온 작가. 30여년의 교편생활을 청산하고 98년 전업작가를 선언, 오로지 그림그리기에 매달리고 있는 화가. 작가로서 그를 일별한다면 그렇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잠겨진 힘이 내부로부터 솟아나는 것 같은 강인한 인상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특징지워진다.

 그런 그가 98년 이후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를 갖는다. 26일부터 10월1일까지 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 여는 16회 개인전 「자연율의 세계」. 출품작 20여점은 근 2년간 작업실에만 머물며 수없이 그리고 버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끝에 얻은 작품이다.

 『오래전부터 시도해 오고 있는 어망용 거친 천위의 아크릴 작업부터 최근 새롭게 실험중인 면 천위의 아크릴작업까지 다양한 천작업의 결과물들입니다. 물감을 칠하고 낙서를 하고 다시 낙서를 지우기위해 덧칠하고…. 바탕의 낙서와 기호들이 붓질에 의해 숨겨지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이미지와, 물감이 천과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우연의 현상들은 가장 큰 관심의 대상입니다.』

 부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며 밀도있는 작품완성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작가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439-2109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