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리려는 조형물-이것이 탈이요 가면이요 마스크이다. 가면은 동양에도 서양에도 있으며 아득한 옛날 원시시대 부터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사냥할때 위장 혹은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며 이후 신령을 길들이게 하는 신접물로 발전했으리라 여겨진다. 이것이 차츰 극화하여 정착한 것이 오늘날의 탈춤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각 지방마다 가면극이 있다. 고성의 오광대 북청 사자춤 등이며 황해도의 은율탈춤은 월남한 실향민들에 의해 인천에 뿌리내리고 있다. 원래 탈춤은 신라 소년이 백제왕궁에 잠입 왕을 살해하고 붙들려 죽음을 당하자 애석히 여긴 사람들이 소년의 얼굴을 본뜬 탈을 쓰고 춤을 춘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가면은 같은 가면이라도 우리 것과 서양 것의 차이가 있다. 우리의 탈춤이 얼굴을 가렸을 망정 진실을 말하고 부정을 고발하는데 비해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했다는 서양의 가면무도회는 춤추고 즐기는 향락도구에 불과하다. 얼굴을 드러내고는 떳떳할 수 없는 언행을 가면을 빌어 자행한다. 르네상스 시대 유산계급 사회에 유행했던 무도회는 사실 무대의 뒤편에서 숨은 비행이 저질러졌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것은 차라리 진솔하다. 탈춤은 이를 테면 탈을 쓰고 진실을 말한다. 비록 얼굴을 드러내지는 못할 망정 지배계층인 양반사회의 모순을 풍자하고 모욕한다. 또한 그같은 사정을 충분히 터득하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수용했던것이 양반들의 아량이었다. 어디에도 탈춤을 방해받았다는 대목이 없으며 오히려 양반들의 주변을 찾아다니며 탈춤은 이어졌다.

 그래서 일찍이 춘원은 가면의 덕성과 묘미를 말했거니와 서양인들 역시 가면 세계의 진실을 말한다. 즉 「민중의 종교」에서 하아비 콕스는 「가면은 거짓된 모습이 아니라」고 했으며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드 브레히트는 「인간에게 가면을 주어라. 그러면 진실을 말하리라」고 했다.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서 박문여고 탈춤이 대상을 수상했다. 은율탈춤 전수 2년의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