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행정이 이 모양인가 라는 푸념이 나올 판이다. 근자에 불거진 무분별한 개발이 국법질서는 물론 민생과 직결된 기초질서마저 흐트러 뜨리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정이다. 굳이 옛사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이 마음 놓고 편히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나라의 기본책무요 공직자의 본령이지만 우리는 늘 그렇지 못하다는 자괴감이 앞선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P아파트 단지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 낮시간에도 교통지옥의 연속이라고 한다. 이 일대에는 3천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밀집돼 있으나 진입로가 겨우 1차선이고 보면 그럴만도 하게 됐다. 주민들의 항의에 밀려 인천시는 뒤늦게 최근에야 도로확장공사를 준비중이라니 한심하고 암담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도로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아파트 신축허가를 남발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고통을 사서 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며 그와 같은 사각지대가 한두곳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아파트 값이 분양가 보다 떨어졌는가 하면 교통불편 등을 이유로 입주를 미루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2㎞ 이상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인도가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걸 보면 그저 철부지들이 가련하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어떻게 이런곳에 아파트 신축허가를 내주었는지 납득이 안간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관계자들이 물러서 그런지 업자들의 단수가 높은 탓인지, 혹은 국민이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는건지 알 수 없지만 언제적 무분별한 개발이 지금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불안하게 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할 뿐이다.

 지난달 검찰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꼽았다. 일부 단체장중에는 재정자립이라는 명분아래 개발사업을 무차별적으로 벌여 「뇌물」의 반대 급부인 「이권」을 창출하는 경우가 있었다는게 검찰의 분석이고 보면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지금과 같은 미봉적 대응으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말썽의 불씨를 차단하기 바란다.

전향적인 SOFA개정을

 매향리 주민들의 이주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SOFA, 즉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의 개정협상이 곧 재개된다고 한다. 80년대 군사정권시절 한때 적지않은 대학생과 양식있는 지식층에 의해 「신패권주의」 「신식민주의」라는 말을 재삼 인식하고도 별다른 저항없이 지내왔던 우리들로서는 3년여만에 다시 벌이는 이번 협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국내 어느 지역보다도 주한미군부대와 사격장을 지척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들로서는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협상에 임할 미군측의 자세가 과거 협상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보도다. 한마디로 전향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물론 협상에 앞서 미군측이 내놓을 안을 보면 일부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으나 그동안에 있었던 주한미군들의 행태를 감안한다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등의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신병인도 문제에 있어서 그 시기를 기소시점으로 앞당겨 보겠다는 미군측 협상안은 일단 진일보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대신 단순폭행 및 교통사고 등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판권을 자기네측에 넘겨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주권침해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 불만인 것은 기지사용권과 환경오염 및 우리 근로자들의 노무문제에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지사용권만해도 그렇다. 기지내에 각종 시설에 대한 증개축은 물론 기지에 대한 관리 및 반환시 그 재량권이 미군측에 지나치게 인정돼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정당국이 현실에 맞는 제재조치를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군기지내에서 방출되는 오·폐수처리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군부대내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일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촉구하건대 미군당국과 우리 협상단은 시대적 상황변화를 인식, 호혜의 원칙을 살려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