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해 예산을 책정해놓고도 미처 쓰지못해 다음 연도로 넘긴 이월액이 무려 3천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다. 특히 이월금중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지출원인행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고스란히 이월된 사업비만도 모두 16건에 1백50억5천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회계 전체 이월액의 10.4%에 해당한 것으로 인천시가 얼마나 재정운용을 허술히 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자치단체가 한해의 살림규모인 예산을 얼마나 짜임새있게 편성하고 책임있게 집행했느냐에 따라 주민들의 세부담이 결정된다. 더구나 사업비의 재원조달을 위해 기채에 의존해 부채규모가 해마다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예산운용은 더 철저히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공무원들이 해마다 예산을 방만하게편성한 후 쓰다 남으면 책임없이 이월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고질적인 병폐가 지금까지 고쳐지지않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면 심각히 생각할 문제라고 본다. 이월액이 과다하게 발생한 것은 한마디로 예산의 졸속운용이고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인천시의 99년도 세입세출결산서에 따르면 올해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이월된 예산은 일반회계가 1천4백47억2천만원, 특별회계 1천5백5억원등 모두 2천9백52억5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월사유를 보면 일반회계의 경우 절대공기부족이 21건으로 가장 많고 행정절차이행지연 16건, 시기미도래 3건, 사업자 사업포기 2건, 공사지연 2건으로 나타났다. 또 특별회계 이월액에는 도시철도사업, 지역개발 기금, 도시개발비, 구획정리사업비, 상·하수도 사업비 등 큼직 큼직한 사업이 공기지연 등으로 이월돼 아쉬움을 남긴다.

 재정이 취약한 자치단체들은 예산을 소중히 쪼개 써야 한다. 그럼에도 인천시가 전년에 확보한 예산을 쓰지못해 이월했다면 직무유기와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인천시는 해마다 거듭되는 예산 이월금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산은 따놓고 보자는 고정관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예산의 누수는 막을 수 없다. 예산을 편성할 때 타당성 조사나 예산소요 예측등 사전준비를 철저히하면 이월액을 줄일 수 있다.

매향리의 이유있는 항변

 매향리 주민들의 연일 계속되는 항의집회는 분명 이유있는 항변이다. 인근 주한미공군의 사격훈련으로 야기된 매향리 주민들의 호소섞인 항의는 미군측의 성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만이 수그러트릴 수 있다.

 매향리 주민 500여명은 지난 6일에도 주민피해대책위 사무실과 쿠니사격장 정문에서 SOFA(한미행정협정)개정국민운동본부, 민노총, 환경운동· 등 20여개 시민 및 노동단체 회원, 대학생 등 1천5백여명과 함께 4시간여 동안 항의집회를 가진데 이어 대책위사무실에서 사격장 정문까지 1㎞구간에서 사격장 철책을 둘러싼채 「인간띠잇기」 행사를 가졌다.

 주민들은 이에앞서 미공군의 폭격연습과 폭탄투하로 건물에 금이 가고 폭격기 굉음으로 인해 주민들과 사육하는 가축들이 놀라 각종 질병에 걸리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자체적인 피해조사를 거쳐 미군당국과 정부 등에 대책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군측은 지난달 8일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피해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는 조사결과 자신들의 사격훈련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우리정부 또한 미군당국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급기야 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어정쩡한 대책만을 내세워 주민들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5일 제시한 피해대책은 항공기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륙에 위치한 기관총사격장을 농섬일대로 이전을 추진하고 사격장가까이 위치한 주민 238가구 가운데 이주를 희망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금년부터 이주를 적극 지원하며 주민들이 신고한 3천4백여건의 피해보상을 청구할 경우 적법절차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같은 피해대책은 임기응변식의 형식적인 대책일뿐 오히려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미군당국의 말 뒤집기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더욱 흥분하고 있다. 피해조사에 미온적이던 미군당국이 현장조사후 실탄투하에 따른 피해는 없다고 해놓고 우리 공병대를 보내 피해복구를 해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변하고 있다.

 주민들의 흥분된 감정이 아니더라도 이번 매향리 사고대응에는 필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미군당국의 성의있는 자세전환과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