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열흘 남짓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조기 개각설을 부인하면서 『나는 정상회담이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그쪽에 시간을 더 할애하게 된다』며 『총리를 중심으로 모든 일을 잘해 주기 부탁한다』고 말해 당분간 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대통령은 이에따라 오는 3일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를 접견하는 외에는 이번주 공식일정을 전혀 잡지 않을 정도로 정상회담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일 『내달 8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 장례식 참석을 위한 방일과 불가피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정상회담 때까지 공식일정을 잡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는 3가지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김정일 위원장 개인에 대한 연구다.

 김 대통령이 외국순방이나 외국원수 방한 때 공식 오·만찬 석상에서 항상 상대방의 개인적 장점이나 치적 등을 들어 칭찬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이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두번째로는 정상회담의 의제에 관한 준비다.

 이번 회담은 사전에 구체적인 의제를 정해놓지 않고 두 정상간 단독 대좌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반도 평화정착, 경제협력,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한 관계의 모든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그 하나 하나에 대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외교적 차원의 다각적인 대응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남북정상회담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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