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만 노리는 살인사건 … 기발한 반전의 묘미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작가, 아카가와 지로의 본격 스릴러 <야회>(어문학사)가 재출간됐다.

97년도 작품으로 십년도 넘은 작품이지만 아카가와 지로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추리소설 작가로서의 변치 않는 명성을 보여줄 만한 스릴러 기법이 녹아 있는 작품으로, 한국에는 이미 그의 소설물이 여러 권 번역되어 한국 독자에게 선보였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상사가 없는 월요일>, <심심풀이 살인> 등의 작품을 출간하며 많은 한국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야회>라는 소설에서도 반전을 거듭하는 섬뜩한 전개로 좌중을 압도한다.

자신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주변의 어른들을 피해 15살의 어린 수영 선수 사와이 사또꼬는 기차에서 무단이탈해 도쿄로 곧장 도망간다. 선수들에게 공공연하게 자신을 대신할 미래의 수영 스타로 노조미를 지목한 코치 야나기다를 된통 골탕 먹일 속셈이다.

세계적인 수영 선수를 키워내고 그로 인해 이전의 삶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명예와 사치를 누리게 된 코치 야나기다는 실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국민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또꼬를 이용해 온갖 광고와 후원금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사또꼬의 아버지는 코치 야나기다가 부인과 은밀한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딸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도리어 부인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품는다.

가까스로 수영클럽 선수들의 눈을 피해 달아난 사또꼬는 밤중에 우연히 물에 빠진 소년 마사또시를 구해낸다. 그리고 아들을 구해낸 보답으로 마사또시의 엄마인 야스나가 테루꼬가 초대하여 온갖 명품 옷을 걸치고, 손톱에는 매니큐어, 얼굴엔 화장을 덧바르는 등 학생 시설엔 경험하지 못할 호화로운 여가 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쿠라따라는 남자가 그들을 데리고 안내한 호화스러운 영국풍의 음험한 분위기의 거대 저택에는 알 수 없는 어둠의 기운이 스며 있는 곳이었다.

한편 원조교제를 가장해 돈을 갈취하던 여고생 사야마 키요미와 마미야 시노부는 말쑥한 차림의 한 남자를 목표로 지목하고 호텔 방에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멀리서 남자와 함께 작은 미소를 짓던 시노부의 얼굴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키요미는 시노부를 다신 만날 수 없게 된다.

이 소설은 젊은 여성들만을 노리는 기괴한 살인 파티를 기본 축으로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범인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설의 앞뒤좌우를 압도하는 숨 가쁜 전개와 흡입력,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기발한 반전과 감탄할 만한 스토리 장악력이 돋보인다.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赤川次朗)는 194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1976년 <유령열차>로 제15회 올요미모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데뷔한 이후, 본격 추리물과 유머 미스터리를 비롯하여 서스펜스, 기괴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써왔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으로 1980년 제7회 가도카와 소설상을 수상했고, <괴담>으로 제3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역자 모세종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나와 일본 쓰쿠바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인하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60쪽, 1만3천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