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2011 가을호) | 새얼문화재단日 후쿠시마 사태 재조명 … 국내 반핵운동 대안 제시


 

   
 

<황해문화> 가을호(통권72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에서 <황해문화>는 특집 '후쿠시마 신드롬 - 원전의 볼모에게 안전한 내일은 있는가'를 통해 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실태와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먼저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는 '두 개의 아토믹 선샤인 - 피폭국 일본은 어떻게 원전 대국이 되었는가'라는 글에서 원폭피해를 전격적으로 당했던 일본에서의 피폭경험과 원자력발전 간의 간극을 아톰이라는 만화영화의 제작과정과 그것의 지속적 파장을 통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권 교수는 탈원전을 하든, 자주적 핵무장을 포기하든 상관없이, 일본이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 속에 남아 있는 한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 경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안천(도쿄대 박사과정)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앞에 마주 선 일본'이라는 글에서 원전사고의 발생원인, 일본의 대응문제, 향후 일본의 원전행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일본원전의 문제는 제도설계상의 문제이고, 따라서 그 원천적 해결 방법이란 헌법 개정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야를 아우른 정치권, 경제산업성을 축으로 한 관료, 전력회사와 원전건설회사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 원전 산업 관련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언론, 원자력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학계 등이 결탁한, 거대한 '원자력 이권 네트워크'를 이름하는 '원자력 마을', 그 희대의 유착은 어떤 사태의 상정 자체를 구조적으로 배제해 왔고, 따라서 어떤 대비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원전의 역사란 정보 은폐와 데이터 조작의 그것으로 점철돼 있다고 통찰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핵발전소의 새로운 메카 동북아시아의 불안과 그 극복'에서 핵발전소의 새로운 결집지로서 동북아시아의 현황을 살펴보는 가운데 그러한 과도한 핵발전 정책의 문제가 다름아닌 국가중심의 개발주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규명해내고 있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핵사고로 미국과 유럽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주저하고 있는 동안 한국, 일본, 중국에는 전 세계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20%,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52%기가 집중된 바, 이로써 동북아시아는 세계적으로 "죽어가던" 핵산업을 살리는 주요거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핵발전소의 집중건설과 동북아시아 각국의 원전대국 욕망이 다름아닌 국가 중심의 개발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핵발전 중심 정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문제의 핵심으로 대규모-집중형으로부터 소규모-분산형 시스템으로 발전소의 형태를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기존 사회 시스템의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염광희(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 환경정책연구소 박사과정)는 '독일의 핵폐기 결정, 그 배경과 영향'이란 글에서 독일의 핵발전의 시점으로부터 최근 폐기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반핵운동의 흐름과 함께 시간순으로 살펴본다.

유럽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심 에너지 다소비 국가 독일의 핵발전 폐기가 세계에 핵발전 의존없이 에너지 문제와 경제발전을 해결할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김혜정(환경운동연합 대간사)은 '원전의 자발적 볼모, 한국'에서 한국의 원자력발전의 역사, 원자력 사고와 안전성,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 등을 살펴보고 탈원전 사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정부기구, 산업계, 원자력학계 등이 조직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장악해오는 가운데 원전 중심국가의 실현이라는 국가기획의 중심에 원전대국 프랑스에서 조차 포기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사업과 고속증식로 건설이 자리하고 있음을 밝혀내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예산의 10% 증액으로 탈원전 사회에 도달할 수 있다지만 그 탈원전 사회로 가기 위해 이 글은 시민 주도의 반핵운동과 정책대안제시 활동의 선행을 제안하고 있다.

특집 외에 지역현안을 살피는 지면도 꾸몄다.

먼저 이세기 시인은 '덕적군도의 눈물'이라는 글을 통해 1994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으로 지정돼 몸살을 앓았던 굴업도가 이제는 골프장 건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조명한다.

그는 "덕적군도 42개 섬의 미래가 굴업도에 달려있다"면서 "섬에 대한 무지와 개발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무엇이 덕적군도를 살리는 길인지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남궁은경 강화지역조력발전반대 군민대책위 위원은 '조력발전사업 감상문 - 인천만 조력 편'에서 "언제까지나 단순 토목공사에 치중한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에 재원을 낭비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것"이라며 "갯벌을 토대로 한 현재의 해양 생태계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윤용택(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선생은 최근 <뉴욕타임즈>와 뉴스전문채널 CNN에서도 그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는 제주 해군기지의 현실을 진단했다.

선생은 '강정마을에 드리운 무기의 그늘 - 제주 해군기지 광풍의 현장'이라는 글을 통해 해군기지 논란으로 말미암아 마을 공동체마저 와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강정마을의 현장을 전하며 "빼어난 자연환경과 뼈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제주가 "비무장 세계평화의 섬"으로 나아가야 할 자격이 있으면 마땅히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번 호 '창작'란에는 인천 출신의 두 소설가, 조혁신의 '배달부 군 망명기'와 양진채의 '루시드 드림'이 게재됐다다. 이정록, 연왕모, 권혁웅, 이기성, 민구 시인의 풍성한 신작시 또한 창작란을 빛내고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