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연이틀 「지역주의 선거」 양상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서는 등 최근 여권이 지역주의 선거 가능성에 대한 경계음을 부쩍 자주 내고 있다.

 영남권 중심의 민주국민당 출현, 야당선언을 한 자민련의 충청권 기대기 등에 따른 지역주의 발호와 그것이 서울과 수도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호남 몰표, 영남 야권분열」을 노린 전략이라며 성명을 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29일 민주당 권역별 선대위원장들과 청와대 조찬에서 『제일 큰 걱정은 지역선거가 될 가능성』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2·28 민주의거 4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28일 대구를 방문해서도 김대통령은 『또다시 지역주의가 우리 선거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2·28 정신은 민주주의, 자유, 평등정신이고 사랑의 정신이지만, 지역주의는 이와 정반대의 망국적 행태로, 파멸로 이끄는 것』이라며 지역주의 선거를 비판했다.

 이인제 선거대책위원장도 29일 대전 유성구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몇몇 지도자와 탐욕스런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그것을 이용해 손쉽게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면서 『이 땅의 주인은 그런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아니라 위대한 우리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지역정당 구도는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허물어야 한다』며 충청권의 지역주의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사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대통령은 왜 호남에 가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말하지 않고 영남에 가서만 지역주의 극복을 주장하느냐』며 『이는 호남에서는 지역주의에 의한 몰표를 얻고, 영남에선 지역주의 극복 슬로건을 통해 야당표의 분산을 꾀하자는 것으로, 모순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정진섭 부대변인도 『김대통령은 호남편중인사에 대한 들끓는 비판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결코 인사차별이 없다고 강변했다』며 『현정권들어 비단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금융계, 정부산하단체 등 사회 전반적으로 호남화가 급속히 진행된 사실을 대통령만 모른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