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제주도는 지난 10월 3일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가을날의 제주도는 억새 천국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면에는 3백60여 개의 오름(기생화산)이 산재, 화산 산지의 경관을 뚜렷이 보여준다. 가을이면 제주도의 오름들은 억새밭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햇살을 받으며 찰랑거리는 억새의 군무는 제주도의 풍광을 한층 값지게 만든다. 제주도 오름의 억새밭 풍광을 감상하려면 오름 트레킹에 나서야 한다.

 

   
▲ 여행객이 차량으로 제주 중산간지대의 억새밭을 누비고 있다.



제주도의 지형을 감상하면서 여행의 묘미를 즐기기에 좋은 방법이 오름 트레킹이다. 오름 등성이에서 소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 풍경은 제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오름 사이사이로는 거미줄처럼 도로가 뚫려있고 그 길섶에는, 오름을 오르는 능선과 정상 부근에는 어김없이 억새들이 피어나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어느 오름이나 짧게는 5분, 길게는 20~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장쾌한 제주도의 자연 풍광이 시야에 들어와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성산 일출봉(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은 본디 약 10만년 전에 수중 화산폭발로 생겨난 섬이었다. 그 후 수만 년에 걸쳐 파도에 밀려온 모래와 자갈이 조금씩 쌓였고 마침내 1만년 전쯤 폭 500m, 길이 1.5km의 모래톱이 만들어지면서 제주 본섬과 하나로 이어졌다.

일출봉의 해발 고도는 182m이지만 정상에 닿으려면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서 99개의 봉우리와 8만여 평의 분화구를 바라보면 걷기의 고통이 일순간에 보상을 받는다. 정상에서는 성산포는 물론 우도와 섭지코지 일대, 오조리 해안과 종달리의 지미봉, 중산간지대의 다랑쉬오름과 한라산 정상까지도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전개된다.

아부오름(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은 제주도 북동부의 여러 오름 중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영화 '연풍연가'와 '이재수의 난'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지 방문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입구에서 완만한 비탈길을 따라 10여분 정도만 올라가면 분화구 정상에 닿는다. 아부오름 분화구 안에는 둥근 모양의 삼나무숲이 형성돼있고 한라산 정상과 동부 사면의 절경들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아부오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좌보미오름(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정상에서도 한라산과 기생화산들의 아름다운 조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오름은 5개의 봉우리가 한데 엉겨붙은 형상이다. 분화구도 한 개의 말굽형과 네 개의 원형이 뒤섞여 있는 특이한 형태를 드러낸다. 또한 분화구 한복판에는 무덤처럼 나지막한 '알오름'(아주 작은 새끼 오름)이 솟아있다.
 

   
▲ 아부오름 입구에 방목되고 있는 말의 무리.


아부오름의 북동쪽에 위치한 용눈이오름(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은 세 개의 봉우리와 세 개의 분화구, 그리고 두 개의 알오름으로 구성된 복합 오름이다. 따라서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라서 용눈이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오름과 주변 초지는 공동목장으로 활용된다. 목초가 무성해지는 5월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까지 소와 말이 방목된다.

오름의 등성이에서 소떼와 말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노는 광경은 참으로 시적이다. 이 오름은 동쪽의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해돋이를 감상하기에 좋아서 이른 새벽이면 일출 장면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이 많이 오른다.

용눈이오름 북쪽에 솟은 다랑쉬오름(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은 가장 맵시가 아름다운 오름으로 대접받는다. 분화구는 둘레가 1.5km나 되고 분화구의 깊이는 115m에 달한다. 조금 멀리 일출봉과 우도가, 가깝게는 지미봉과 용눈이오름이 보인다. 어느 쪽이나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다른 오름들에 비해 수월하지는 않다.

한편 제주시와 서귀포시 안덕면을 잇는 서부관광도로변에 솟은 새별오름(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은 그린리조트 뒤쪽에 있어 찾아가기가 쉽다. 하늘을 나는 새를 닮았다고 해서 '조비악'이라고도 불린다. 그린리조트 주변에서 억새밭을 헤치고 20분쯤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날에는 이곳 새별오름에서 '정월대보름들불축제'가 개최된다.

금오름(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은 '검은오름' 또는 '금악'이라고도 한다. 이시돌목장 삼거리 근처에 오름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정상까지 시멘트도로가 나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떼가 유유자적하게 금악담이라는 화구호 주변에서 풀을 뜯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동쪽으로 한라산 정상이, 서쪽으로는 비양도와 협재해수욕장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패러글라이더들이 금오름 정상을 출발지로 이용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와 안덕계곡 사이의 고갯길 중간쯤에 '뉴제주펜션' 진입로가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 약 1km를 가면 군산(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오름 정상 아래의 자그마한 공터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서 다소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5분 가량 오르면 군산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중문 일대의 해안 풍경, 송악산과 산방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군산은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 중 나이가 비교적 젊은 오름이다. 문헌에 따르면 고려 목종 7년(1007)에 수중화산의 폭발로 생겨났다.

산방산(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은 전설에 따르면 빨래를 하던 설문대할망이 방망이를 잘못 놀려서 한라산을 쳐 한라산 봉우리가 날아가서 생성된 것이라고 한다. 전설에 걸맞게 산방산은 분화구가 없는 휴화산이다. 산방산 중턱에는 지반이 해수면 위로 솟아오른 해식동굴인 산방굴이, 산방굴 바로 앞에는 산방사가 자리하는데 고려 때 고승 혜일선사가 머물렀고 추사 김정희 선생도 자주 찾아와 수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제주도 서남단의 송악산(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은 제주도 본섬의 가장 남쪽에 불쑥 솟아오른 오름이다.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잘게 부서진 화산암이 깔려 있어서 발바닥의 감촉의 편안하다. 정상에 서면 둘레 500m, 깊이 80여m의 거대한 이중분화구가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웅장하다. 동쪽으로는 산방산과 한라산, 서쪽으로는 모슬포항과 알뜨르비행장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 북쪽으로는 상모리 들녘과 모슬봉이 보인다.

/제주도=여행작가 유연태 touracademy.org


■ 여행정보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책과 064-710-3851
●제주시청 관광진흥과 064-728-2751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5







길따라 사진 따라 - 달리는 아이들

 

   
▲ 쿠바의 아이들이 아바나 시내 골목길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며 뛰놀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뛰어놀던 추억들이 있다. 마을 공터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엄마의 저녁밥 재촉이라도 받으면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간다. 내 어린 시절 추억들은 그런 달리기의 추억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달리기를 잃어버렸다. 공터도 사라렸다. 컴퓨터와 갖가지 과외에 시달려 달리며 노는 것을 잊어버렸다. 쿠바의 아이들은 부족함에서 세상을 배워간다. 하지만 달리는 놀이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문득 달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아바나(쿠바)=여행사진작가 성명석 blue5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