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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1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장관은 취임사에서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를 기존의 군사력과 경제제재 등이 중심인 '하드 파워'에서 정치·외교·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이른바 '스마트 파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단일원칙을 모든 상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정책과 대안들을 조합해 실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소위 '스마트' 전략은 정부 정책에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민간부문에선 기능이 다양하고 품질이 최고 수준인 제품을 칭할 때 두루 사용된다.

최근 휴대폰시장의 판세를 뒤엎을 만한 혁신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낼 필요없이 차에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버튼으로 시동을 걸며 주행이 끝나고 시동을 끈 후 차문을 열고 걸어가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작동하며 도난 경보모드로 진입함으로써 자동차 키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없는 스마트 키 등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라는 개념은 기능과 디자인 모두 최고의 우수성을 가진, 시대를 앞서가는 명품들을 지칭할 때 사용되고 있다.

그럼 스마트도시는 어떤 개념일까. IBM의 최고경영자 새뮤얼 팔미사노는 "2050년엔 전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하기 때문에 도시는 경제·사회·기술의 핵심공간이 될 것이며, 도시의 변화 여부가 미래의 번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스마트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쯤 되니, 인천시가 2010년 시정 목표를 왜 '미래를 여는 컴팩·스마트 도시구현'으로 정하였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스마트 도시의 요건은 무엇일까. '회색빛 공업도시', '도시정주율이 낮은 도시', '문화가 척박한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인천이 얼마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시설 등 세계의 관문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최대 경제자유구역에는 연세대 등 국내 최고의 대학이 입주할 예정이며, 국내외 418개 기업이 입주해 그곳에 종사하는 종사자만 3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인천대교 개통, 동북아 트레이드타워 건설 등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적 프로젝트들이 완성되고 있으며, 저탄소녹색성장의 친환경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재단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은 이미 매력적인 스마트시티를 위한 기초를 쌓은 셈이다.

예술창작공간으로 운영중인 인천아트플랫폼 외에 IFEZ아트센터, 무의아트빌리지 등이 건립되고 있고, 시립미술관, 송도석산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2차 확충계획 등 예술가를 비롯한 소위 창조계층의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구 신포동과 북성동 개항장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해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생산되고 활발하게 유통되는 특성화 지구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년대비 문화분야 예산을 86% 확대 편성하는 등 스마트 도시의 핵심인 문화력과 창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 열풍'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시설적 인프라만 갖추어졌다고 되는 일도 아닐 것이다. 결국 기능적으로도 앞서가고, 내용적으로도 풍부하며, 도시의 외연과 내면 모두가 충실한 세계명품의 스마트 도시를 가꾸어 나가는 데에 필요한 핵심은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김동빈 인천시문화예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