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
'차이완(중국과 대만의 합성어)'이 부상하면서 동북아 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 1월26일 '양안(兩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을 위해 첫 협상을 시작했다.
ECFA는 양안 간 거래되는 상품과 용역에 대한 관세를 대폭 낮춰 무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홍콩간 경제통합에 이어 양안간 경제협력의 확대로 글로벌 경제질서 속에서 중화경제권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임을 자부하는 중국의 제조업 능력과 대만의 첨단기술이 결합하면 대단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필자는 양안이 ECFA 본격 협상을 시작하기 직전인 1월17일부터 20일까지 대만정부의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 의회와 행정부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우리나라 현지 기업인들과 대화를 가졌다.
한국의 통일부와 비슷한 대만정부 산하 대륙위원회의 자오젠민 부주임은 ECFA와 관련 "2010년부터 아세안과 주변 경쟁국간의 FTA가 발효됨에 따라 대만경제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을 염려해 현재 대만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사실상 FTA를 체결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양안 사이엔 현재 사법공조협정이 체결돼 있고 대만 은행들이 대륙에서 지점 개설이 가능한 금융비망록의 체결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적재산권협정도 체결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 만나본 우리기업인들은 ECFA 체결 후 한국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관세를 내리면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겨루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50개 품목 중 35개가 대만에서 수입하는 품목과 겹친다. 우리기업들이 강했던 액정표시장치(LCD)패널 시장에서는 차이완 효과가 벌써 나타났다.
우리의 대응책은 세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ECFA의 시간표와 양허안을 파악해 이를 한중 FTA 추진에 적극 반영하고 대만이 중소기업 위주여서 글로벌 브랜드가 약한 점에 대응해 우리의 브랜드·기술 등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해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 등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세번째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중국시장진출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만기업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한다.
필자는 경제학교수 출신인 샤오완창 부총통을 만났을 때 "대만과 한국이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같이 새롭게 부상하여 성장해 온 역사적 경험과 현재도 1인당 소득이 비슷한 수준에 있어 경쟁과 협력을 하여야 할 관계에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샤오완창 부총통은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경제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대만경제를 비교 설명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만지도자들은 한국정부가 대만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외교적 배려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양안관계의 발전에 따라 우리정부의 운신폭도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임시정부 시절 도움을 받았던 역사적 연고도 도외시할 수 없지만 거대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화경제권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대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홍일표 국회의원·인천남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