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상 思
얼마 전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오른쪽 눈동자가 따끔거리며 벌겋게 충혈되더니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안과에선 '염증이 있어서'라는데 처방받은 안약을 넣어도 여전했다. 다시 찾은 안과에서 이번엔 '간단한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데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간단한 각서를 쓰고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 텔레비전에서만 봐 오던 초록색 가운으로 갈아입고 간호사들이 시키는대로 자리를 잡고 누우니 마치 형을 집행당하는 사형수처럼 얼굴을 가리운 채 한쪽 눈을 뭔가로 고정하고 이내 그 눈 위로 비행접시 같은 여러 개의 불빛이 비추였다.
"염증 부분을 잘라내고 몇 바늘 꼬맬 겁니다. 마취를 했지만 조금 아플 수도 있으니 그리 아십시오." 젊은 의사의 설명에 이내 주문을 체념하고 몸을 고슴도치처럼 움츠렸다. 족히 40여 분이 지났을까. '수고가 많았다'는 의사의 말을 끝으로 오른쪽 눈에 안대를 붙이고 옷을 갈아 입으려 내려오니 어찔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가끔 한쪽 눈이 불편할 때나 시력검사를 할 때 한쪽 눈만으로 봐도 거의 정상으로 보이던 사물이 도무지 높이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만큼 흐릿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휘청거리는 내 모습에 놀라면서 억지로 귀가해 텔레비전을 시청하려 하니 그것도 여의치 않아 아내의 훈계만 듣고 자리에 누웠다.
눈수술을 마치고 나니 할 일이 거의 없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다 녹록지 않으니 즐겨하는 산행은 추운 날씨 탓에 엄두도 못낸다. 자고 눕고를 번복하며 몇해 전 텔레비전에서 김제동이 진행하던 '눈을 떠요'란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김제동을 비롯한 게스트들이 시각장애를 앓는 주인공을 찾아가 사연을 소개하고 안구나 각막을 기증받아 그들에게 빛을 보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내용도 아름답지만 그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은 방송에 출연했던 장애우들이 한결같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가 이외수는 그의 글에서 인간에겐 몇 개의 눈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육신의 눈, 즉 육안(肉眼)이다. 안경을 쓴 사람도 있고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사물을 보고 색을 분간할 만큼의 시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시력도 몽골인과 같은 멀리보기를 자주 하는 인종은 3.0 이상 나온다는데 우리는 늘 컴퓨터나 텔레비전과 붙어사는 탓인지 안경을 낀 시력이 1.0 이하인 이들이 많다.
두 번째는 마음의 눈이다. 육안이 없는 사람들이 소리를 통해서, 또 다른 사람의 설명을 통해서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의 눈은 오히려 멀쩡한 육안을 가진 사람보다 더 넓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본다고 한다.
세 번째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 즉 미안(美眼)이라는 것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사람을 봐도, 어떤 사람은 더 아름답게, 고맙게 바라보는 그런 눈이 미안이다.
마지막은 종교인들이 소망하는 영안(靈眼)이다. 사람들은 이 4개의 눈 가운데 1~2개 많게는 3개의 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눈을 갖고 있을까. 육안 하나도 변변치 못한 필자는 수술을 계기로 눈의 소중함을 새롭게 알게 됐다.
 
/김남윤 한국폴리텍Ⅱ대학남인천캠퍼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