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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천시민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사활을 건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최근엔 정운찬총리까지도 인천시를 공격했다.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에 아파트를 지어 얻은 수익을 도시재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식"이라 꼬집어댔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에 투자된 재원을 보면, 시비 10%, 국비 7%, 민자 및 사업시행자 8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비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총리마저 비판을 보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구도심 재생사업은 진행해야 하고, 아시안게임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30조 이상이 소요되는 교육, 과학, 환경 연구중심의 경제도시를 건설한다는 세종시수정안이 확정 발표되었으니, 인천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시화호 주변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롯데그룹과 경기도, 미국UPR, 포스코건설이 참여하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의 사업협약식도 있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과 너무나도 흡사한 계획사업이 세종시수정안으로, 경기도에서는 송산그린시티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인천시장은 인천은 세종시와 경쟁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천하태평이다. 세종시수정안의 추진은 인천에 별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적극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동안 인천은 금융중심지 유치 무산,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 G20 정상회의 유치 실패, 제4 경마장 유치 실패, 로봇진흥원 유치 실패 등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는 터에 인천경제에 타격을 가할 세종시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다니….
수정안에 침묵하다가 적극 찬성으로 돌아선 시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과연 인천이 세종시수정안과 송산시티사업 등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순항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세종시수정안 발표 이후, 인천에 입주하겠다는 국내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세종시수정안 대로 추진한다면 대기업들은 꿩먹고 알먹는 상황이 된다.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취득하면 몇배나 튀겨 먹게 되고, 적당한 시간이 경과되고 나서 부지를 양도하고 뛰쳐나가면 본전 뽑고, 몇배의 투기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른바, 먹튀산업 현장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도시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오래동안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금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동북아 허브, 나아가 세계경제의 중심까지 넘보려 했던 인천은 세종시수정안으로 인해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국내기업은 이제 없을 것이다. 외국인기업도 세종시로 향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세종시수정안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조전(弔電)이 되고 말았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은 경제자유도시이다. 대학도시나 주거도시가 아니다. 지금 외자유치실적이 목표액 대비 1%정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와 같은 안이한 예측을 하면서 세종시수정안을 찬성하는 지도자의 판단력을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세종시수정안에 대해 한마디 더 해야겠다. 정부는 수정안이 국가백년대계를 향한 애국충정의 발로라 했다. 수많은 토론회, 공청회, 입법과정에서 비효율성 문제가 초점이 되었었다. 서울 1극체제가 갖는 비효율성과 서울 다극체제가 갖는 비효율성 등에 대하여도 수많은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명박후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거과정에서 이명박후보는 원안을 지키겠다고 절박한 약속을 하였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충청도민들에게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고까지 다짐하던 약속이었다. 진정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면, 왜 당시는 침묵을 하였으며, 선거과정에서는 백년대계를 위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가? 진정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면, 이명박대통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한반도의 성장동력으로 수정안과 같은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기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