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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인천지역에는 등록 장애인만 12만 명을 헤아릴 정도로 선천적 장애인은 물론 후천적 장애인도 많은 실정이다.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남구에만 장애인이 1만9천여 명에 달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인천 남구지회는 지난 1997년부터 남구청 등 각급 기관·단체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대폭 확충하거나 새로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해 오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장애인 목욕탕의 설치다.

시내 곳곳에 대중 목욕탕이 산재해 있지만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엔 문턱이 높다.

지리적으로도 집에서 이동하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일쑤인데다 위층이나 지하층에 자리잡은 경우가 태반이어서 장애인이 이용하기 용이하지 않다. 또 비장애인들은 장애인과 함께 대중 목욕탕을 이용하길 꺼리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시선'을 피해 각자 집에서 목욕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따뜻한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깨끗하게 씻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맘껏 누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종합복지관 등 공공시설을 활용해 장애인 목욕탕이 마련되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대중 목욕탕보다는 저렴한 비용을 부담하고 맘껏 목욕을 할 수 있는 장애인 목욕탕이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이렇게 설치된 장애인 목욕탕 안에는 이발소와 미용실 등 부대시설도 함께 들어서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기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배려돼야 할 것이다.

극소수에 불과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굳이 방문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물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물리치료실을 확대 설치하는 일도 시급한 일이다.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비장애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대다수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거듭 호소한다.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장애인 목욕탕을 마련하고 물리치료실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당장은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사회 소외 계층으로 물러 서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과감한 정책 지원과 예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소외되는 구석 없이 다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낙복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 인천 남구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