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시장은 뭐하는 사람이냐? 광역단체가 됐든 기초단체가 됐든 이런 행정사기는 있을 수 없다."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5·7공구 매립지 관할건을 연수구로 단일화하는 쪽으로 결정하자 윤태진 남동구청장이 내뱉은 말이다. 그러면서 인천세계도시축전 보이콧 가능성까지 비쳤다고 한다. 3선의 기초자치단체장이 내뱉은 '행정사기'라는 거친 표현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실제 '행정사기'에 해당하는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했다. 인천시가 소유권자인 인천항만공사나 주무관청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대형건설사들과 인천내항 재개발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는 '남의 땅 위에다 제멋대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남의 재산을 제 재산으로 착각한 꼴'이다.

지난달 18일 인천시는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건설사, 시행사인 크레타건설과 내항 재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업비 10조6천억원을 들여 내항 전체를 2011∼2019년 대규모 해양위락시설, 주거 및 상업시설로 재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항망관련업체와 단체들은 강력 반발하며 MOU 즉각 파기와 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내항 재개발문제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자리 잡아 왔다. 항만 주변 주민들의 환경피해 민원과 항만기능의 일부 재편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해대립당사자들은 그동안 많은 논의를 거쳐 대체시설 확보 후 재개발추진으로 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비밀 MOU 체결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그렇다면 시는 왜 이렇게 무모하리만치 서둘렀을까.

시는 4월로 예정된 국토부 용역과 항만재개발계획, 2010 국가항만기본계획, 2025 인천도시기본계획에 내항 재개발을 포함시키기 위해 급하게, 비공개로 MOU를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만관련업계와 종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및 간선화 구간 관리권 이관을 위해 내항 재개발을 항 전체로 확대하고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시가 인천내항재개발콘소시엄로부터 사업제안을 받은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MOU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인천항과 관련된 중대사안을 며칠만에 흥정하듯 결정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은 최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부담감에 시달려 온 시가 내항 재개발과 경인고속도로 간선화 구간 관리권을 맞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백번 양보해 시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다. 왜 항만관련 당사자들에게 한 달 가까이나 숨겼는가 하는 것이다.

시는 지역언론과 시민단체의 폭로가 이어지자 기자간담회 형식을 빌어 마지못해 이를 확인해 주었다. 항만기능을 재편하고 내항을 친수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항만관련 업체와 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임에도 말이다. 우리는 시의 행태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가 궁금한 것은 왜 비밀리에 MOU를 체결했는가 하는 것이다. 시는 영업비밀에 해당되기 때문에 비밀에 붙였다고 하지만 해당업체는 시쪽에서 보안유지를 강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업비밀인지 아니면 지역사회의 반발을 두려워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지역사회의 반발을 두려워한 결과라면 이 한마디는 꼭 시에 해주고 싶다. "그럴 일을 뭐하러 했느냐"는 것이다.

이번 일은 명백한 행정사기다. 시를 피의자로 하고 항만관련업체와 단체 그리고 다수의 시민을 피해자로 하는 사기사건이다.

아직도 사건은 종결되지 않은 채 진행중에 있다. 지역국회의원 중 유일한 국토해양위 소속인 박상은의원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이번 사건의 경위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한다.

개발로 인한 많은 수혜를 기대하는 주민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시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주장할지는 모르겠다.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