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22일은 일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짓날이다. 이때쯤 태양이 남위 23도상에 위치 지구의 가장 남쪽을 비추기 때문인데 이후 점차로 낮이 길어진다. 그래서 옛날 각 민족마다 새해처럼 이날을 축제로 즐겼다. 우리도 작은 설이라고 해서 동지 팥죽을 먹으면서 설날 떡국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한살 더 한다고 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은 아득한 옛날 태양신을 숭배하던 유습의 하나이다. 액운을 면하고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백마의 피를 뿌리던 것을 팥죽으로 대신하는 것인데 팥죽으로 차례를 지내는 한편 솔가지 따위로 죽물을 축여 집 대문과 안팎에 뿌렸다. 붉은 팥죽이 벽사의 색과 같아서 축귀의 뜻으로 충분했다.

 그런 후에야 가족들이 둘러앉아 수저를 드는데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넣어 먹었다. 새알심이란 찹쌀가루로 새알만하게 덩어리 지어 팥죽에 넣던 것인데 숟갈에 떠 올릴 때마다 죽 속의 하얀 것이 흡사 새알 같았었다. 그러나 선대에 괴질로 죽은 이가 있는 집에서는 팥죽이 금기되었으며 아직 탈상하지 않은 집에서도 팥죽은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색이기 때문에 대신 녹두죽을 빈소에 차렸다고 한다.

 팥죽 말고도 동짓날에는 여러가지 습속이 있었다. 특히 농경시절의 구습이라 할 풍흉을 점치는 보리점이 있었는데 이날 저녁 들에 나가 보리싹을 뽑아다가 뿌리가 셋이면 시절이 좋고 둘이면 보통 하나면 흉하겠다고 생각했다. 보리농사에 있어 뿌리가 튼실해야 월동에 적격이었을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날 눈이 많이 내려 쌓이면 보리가 풍년들고 이날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해 질병이 많겠다고 여겼다. 동짓날 저녁은 호랑이가 장가드는 날인데 몸이 뜨거운 호랑이가 짝짓기에 좋도록 으레 추웠던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겨울은 추워야 병해충 따위가 동사한다고 여기는데 지금 며칠째 매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전해오는 이야기 뿐이지 풍부했던 세시풍속은 흔적 조차 남아 있지를 않다. 절기를 맞을 때마다 가난했으나 마음만은 여유로웠던 시절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