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인의 애절함 담긴 향비의 墓
위구르인의 애절함 담긴 향비의 墓
  • 승인 2008.10.31 00:00
  • 수정 2008.10.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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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역사적사실은 정녕 사실인가
사실은 이 순간도 무수히 탄생한다. 무수히 많은 사실 만큼 종류 또한 무수하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다 사실일 수 없다. 제일 먼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이 밀려난다. 그리고 특별한 사실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특별한 사실도 반복되면 일반적이고 식상한 사실이 된다. 다시 특수하고 유별난 사실이 그 자리를 채운다.

다문화시대에서의 사실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해석과 판단은 사실을 재는 척도이지만 표준형은 없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의 사실은 바람타고 부풀려진다. 바람을 모아 폭풍이 된다. 급기야는 태풍이 되어 다른 사실들을 삼켜버린다. 이때 우연적인 사실은 의미가 없다. 필연적인 사실만이 중요하다. 필연적인 사실은 정해져 있는가. 필요에 의해 '필연적'인 것이 된다. 우연적인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탐사단은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을 넘고 '흙이 내린다'는 황사의 도시 호텐을 지나 캬슈가르에 도착했다. 캬슈가르는 천산북로와 천산남로가 만나는 중국 최서부의 국경도시다. 위구르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장이어선지 검문검색이 심하다. 베이징올림픽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건만, 어디에서도 올림픽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오직 현재의 삶을 사는 분주한 모습만이 먼지 속에 가득하다. 중국이면서 중국이 아닌 곳, 위구르인들의 캬슈가르인 것이다.

올림픽은 확실하고 특별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입소문도 빠르다. 게다가 매스컴까지 가세한다. 그리하여 올림픽 사실은 자동주입이 된다. 그러나 캬슈가르에서는 그렇지 않다. 올림픽은 그들이 믿는 사실이 아니다. 밥 먹고 일터로 가는 식상한 사실만도 못하다. 왜 그러한가. 위구르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을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라 여긴다. 위구르인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한다. 그들은 지구촌의 축제를 이용하여 캬슈가르와 쿠차에서 독립을 외쳤다. 하지만 죽음도 불사한 이 특별한 사실도 조용히 묻혔다. 모두가 짐짓 올림픽 구경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은 숨 가쁘게 요동치지만 그것을 보는 자는 제각각인 것이다.

18세기 중기. 신강의 위구르인들에게 존경받는 귀족인 아바 호자가 있었다. 그에게는 절세미인의 손녀가 있었는데, 몸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까닭에 '이파이한(香妃)'이라고 불렀다. 청나라 건륭제가 신강을 정복하고 그녀의 미모에 반하자 총사령관 조혜가 그녀를 사로잡아 황제에게 바쳤다. 황제는 향비의 마음을 사기 위해 카슈가르의 음식을 만들어 주고 전통복장을 입도록 배려했다. 위구르식 집도 지어주고 음악도 들려주었다. 그러나 향비는 항상 비수를 품고 있었다. 정혼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라 해도 향비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자금성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29세로 요절했다. 비수를 품었기에 자살했다고 하고, 황제의 미움을 샀기에 독살했다고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영화를 누리다가 54세에 병사했다는 사실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가.

향비는 죽은 뒤 호북성에 있는 청나라 동릉에 묻혔다. 황제가 아낀 향비였기에 황제의 릉에 함께 묻힌 것이다. 그런데 향비묘는 캬슈가르에도 있다. 124명이 3년 반에 걸쳐 향비의 시신을 운구해서 호자가의 무덤에 묻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사실인가. 한족과 위구르족의 융화를 도모한다면 향비는 동릉에 묻혔을 것이다. 위구르인의 자존심과 저항의식을 공고히 한다면 향비는 호자 가족묘에 묻혔을 것이다. 향비가 진짜 묻힌 곳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믿고 있냐는 것이다. 믿음이 곧 사실이자 역사가 된다.

태풍보다 더 센 바람이 창문을 뒤흔든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곡선으로 만든 호텔임에도 창문을 훑고 가는 바람소리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그 소리는 울부짖음으로, 원혼들의 싸늘한 흐느낌으로 다가온다. 빼앗긴 자의 밤은 바람조차도 가슴이 아린 것인가. 믿음과 생각이 오직 잃어버린 것의 탈환에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은 해석과 판단에 의해 바뀐다. 우연적이거나 또는 필연적인 사실 중 무엇이 남는가. 역사적 필연에 합당한 사실이 남는다.
새로운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근거를 댈 수 있는 것, 그로인해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것.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필연적 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 순간도 역사적 사실이 되기 위해 '필연적인' 옷으로 고쳐 입는 무수한 사실들이 저 끝없는 사막의 모래알과 같으리라. <인천일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신강성의 전략적 중요성


신강성 카슈가르는 서역 36개국 중 소륵(疏勒)국이라 불렀으며 카라한 왕조의 왕성이 있던 곳이다. 중국은 7세기부터 본격적인 서역경영을 위해 이곳을 차지하였으며, 고구려 유민출신의 고선지 장군은 중국의 서역경영에 있어서 일등공신이었다.
신강지역은 고대 실크로드뿐 아니라 현재도 동서 교통의 중추이자 동서 문화 교류의 요충지이다. 또한 몽골,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3개국,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 8개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까닭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는 육상통로로서의 전략적인 가치를 지닌 곳이다.
영국의 전략가인 맥킨더는 20세기 초에 유라시아 대륙을 '세계의 섬'에 비유하였는데, 그중에서도 동유럽부터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을 '심장지대'로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 심장지대를 지배하는 세력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하였는바, 중국은 타클라마칸 일대를 새로운 강역이라는 의미로 '신강(新疆)'이라 부르며 더욱 굳건히 지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강지역은 각종 천연자원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 석탄과 석유, 가스는 물론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매장량을 알 수 없는 석유와 석탄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보고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제일 중요시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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