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경인운하 건설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정부의 재추진 발표로 점화된 찬반공방은 치열했다. 그렇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루함과 답답함'을 못내 지울 수 없다.

지난주 신문지면과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재추진 논란'을 촉발시킨 정부의 대국회 보고서에 있는 경인운하 관련 문구는 고작 4줄에 불과했다. 내용도 '기본계획변경(안)을 마련하고, 검증과 협의 등을 거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게 골자였다.

다른 사업이었다면 평이하게 넘어갈 법도 했다. 그러하건만 경인운하는 달랐다. 4줄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후 공방이 뜨거웠다. 공방 참여자도 정부, 시민단체,자치단체, 정치권 등 전방위적이었다. 논점도 다양했다. 10년 전과는 비교할 바도 아니다.

이런 찬반양론의 논지를 훑어 본 후 필자가 내린 결론은 '사업재개 불가'였다. 우선 반대측의 논조 기세가 정부와 견줘 너무 세다. 한마디로 신뢰 없는 사람과는 상종조차 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여느 갈등 사안과는 기조가 달랐다.

대표적인 논객을 꼽는다면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우원식 굴포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장이다. 그는 재추진 발표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정말로 문제인 점은 다른 사람도 아닌 건교부(현 국토해양부)라는 정부당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05년 어렵사리 건교부, 환경부, 지역주민, 시민단체 간에 일궈낸 사회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놓고 다시금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최소한 국토부는 경인운하 추진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대운하 관련설'로 논쟁의 지평을 넓혀 봐도 사정은 같다. 한반도 대운하는 초기 정권 핵심부가 주도하는 모양새였다면 지금은 정권 주변인사와 자치단체장이 지역 단위 운하 건설의 당위성을 설파하면 이를 정부가 받아 추진하는 형태이다.

경인운하도 구도만은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이 역시 '철회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란 산을 넘기에 아직 버거워 보인다. 정부의 재추진 발표와 이은 공방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경인운하 건설문제는 논란거리가 아닌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 논쟁이 소모적이고 장기화될수록 지역민들은 혈세 낭비와 더불어 홍수 피해에 대한 근심을 놓지 못한다. 정부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경인운하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근원에는 정부가 어찌 생각하든 스스로 잉태한 '원죄'가 똬리를 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를 풀지 않고는 사업재개도, 대국민 신뢰획득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막무가내식 사업추진이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김홍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