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케 수박이 이케 달고 시원할까?

 인구는 단숨에 수박 두 쪽을 먹어치우고는 정동준 계장과 나직나직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따금씩 자신을 향해 눈길을 돌리는 김선영 주부를 바라보았다. 뽀얀 피부에다 가볍게 화장을 한 얼굴이 참 고와 보였다.

 자유대한의 아주머니들은 평소 집안에서도 저렇게 화장을 하고 좋은 옷을 입고 생활하는가?

 공화국에서 듣던 말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눈 앞에서 현실로 나타나니까 인구는 갑자기 별천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 인구의 그런 모습이 이상한지 김선영 주부가 정동준 계장과의 대화를 멈추며 인구에게 말을 건넸다.

 『수박 한쪽 더 드세요?』

 『아닙네다. 많이 먹었습네다.』

 『올해 몇 살이세요?』

 『스물 두 살입네다.』

 『빨리빨리 한국사회 구경 많이 하신 뒤 예쁜 색시 얻어 행복하게 사세요. 오늘 처음 만났지만 무사히 월남하신 것을 축하드리고 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인구는 이럴 때 무어라고 답변해야 좋을지 몰라 그냥 고개만 꾸벅했다. 김선영 주부는 땀을 뻘뻘 흘리는 인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회전하고 있던 선풍기를 인구 앞으로 고정시켜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깨끗하게 세탁해 놓은 수건을 들고 왔다.

 『더우신가 본데 이 수건으로 땀을 닦고 윗도리도 좀 벗으세요.』

 김선영 주부가 수건을 건네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구는 정동준 계장의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 못했다. 정동준 계장은 『아,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일어나야 합니다.』 하고 대답해 놓고는 『곽인구 뭐해. 빨리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수건을 받아야 생각해 주는 분이 무안하지 않지?』 하고 다그쳤다. 인구는 그때서야 깜빡 잊었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수건을 받아 땀을 닦았다.

 『오늘 정말 여러 모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기자 회견이 끝나면 다시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 시간 좀 내어 주십시오. 저희 가족과 같이 저녁이나 한 끼 같이 합시다.』

 『아, 네! 요 밑에 있는 방배동 사거리에 사신다고 하셨죠?』

 김선영 주부가 화사하게 웃으며 정동준 계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인구는 정동준 계장과 함께 하직 인사를 한 뒤 김선영 주부의 집을 나왔다.

 『이제 말이야, 방배동 사거리 옆에 있는 우리 집에 가서 내 사는 모습을 인구에게 보여주고, 또 집사람도 소개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택시를 타고 가고 싶어. 네가 택시를 한번 잡아 봐. 할 수 있겠어?』

 아파트 앞 큰길가로 나와 정동준 계장이 인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인구는 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반대편 상가 쪽에서 택시 한 대가 다가 왔다. 인구는 손을 들고 택시를 세운 뒤 먼저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