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소설가 최인호의 단편에 '술꾼'이란 것이 있다. 주인공은 6ㆍ25 전쟁고아다. 어머니가 피를 토하며 죽는 모습을 본 후, 그는 아버지를 찾아 술집을 전전한다. 그 때 아이는 어른들이 장난삼아 권하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 마신다.

그러나 아버지는 찾을 길 없고, 삶의 터전까지 잃은 아이는 알코홀에 빠져 희망을 잃고 무너져 내리는 어른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이는 이미 그 나이 또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뒤틀린 모습의 '어린 술꾼'일 따름이다.

이 알레고리가 지닌 메시지의 요지는 주인공이 '육체적으로는 아직 어린 상태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늙어 버렸다'는 데 있다. 있어서는 안될 '슬픈 동화'다. 그런데 그게 오늘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본보 사회부의 보도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인천의 청소년 가운데 70여 %가 한 달에 한번 이상 술을 마시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마시는 '학생 술꾼'도 11.8%나 된다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교육계를 비롯한 각계에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술을 산 곳의 75.3%가 동네슈퍼나 편의점이고, 음주 장소의 28.2%가 술집이나 고깃집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망치는 장본인들이 바로 그들의 아버지·어머니 세대라니 같은 어른으로서 창피스럽고 분통마저 터진다.

세상의 속물들은 '돈이면 만사형통'이라고 거품을 물고 떠들어대지만, 그에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있다. 문제는 아이들의 교과서인 어른이다. 이는 입시 지옥에 자식들을 내몰고, 자신들은 허랑방탕 술독에 빠져 산 그들의 업보라 할밖에 없다. 어쨌거나 아이들에게까지 '술 권하는 사회(현진건)'는 '미친 소'보다 더 위증(危症)하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