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다 말고 얼굴이 벌개지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정동준 계장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싶어 다시 캐물었다.

 『그럼 중앙정보부에 데리고 간다는 말은 왜 나왔어? 내가 알 수 있게 말을 해 주어야지…?』

 인구는 그때서야 더 감출 수가 없는지 어눌한 말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공화국에 있을 때 전연에 나와 있는 정치군관들이 남조선 서울에 있는 남산에 올라가면 「악마의 화신」이라 부르는 중앙정보부가 있다고 말했습네다. 그리고 중앙정보부에 복무하는 특무들은 공화국에서 인민들이 월남하면 모두 그곳으로 끌고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고 해서 전연지대에 복무하는 공화국 하전사들은 모두가 남조선 중앙정보부 특무들에 대해 겁을 먹고 있습네다. 기런데 조금 전 정선생님이 저와 같이 차를 타면서 남산으로 가자고 할 때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서 죽는 줄 알고 기랬습네다.』

 정동준 계장은 속으로 앗차, 그 생각을 미처 못했구나 하고 웃으면서 물었다.

 『내가 인구를 중앙정보부로 데리고 가서 금방 죽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인구는 그만 흑흑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심정이었다. 그는 인구의 마음부터 안정시키자 싶어 자신이 택시를 타고 남산으로 올라올 때의 계획을 인구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

 『곽인구, 서울에는 말이야 서울 시내 정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산이 몇 개 있어. 실례를 들면 도봉산·북한산·인왕산·남산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까 우리가 갔던 미도파백화점에서 가장 가깝게 있는 산이 남산이었어. 그래서 나는 인구에게 서울 시내 전경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남산으로 가자고 했는데 인구는 아직도 과장님과 나의 말을 믿지 않고 공화국 정치군관 말을 더 믿으며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빌기까지 했는데 앞으로 또 과장님과 나의 말을 믿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하면 이곳에 오기 전에 인구가 있었던 병원에다 다시 입원시켜 버리겠어. 인구는 정신적으로 더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보호자 소견서까지 붙여서 말이야. 너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고 싶어?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자유대한의 이모저모를 구경하면서 이해한 뒤 자유롭게 편안히 살고 싶어?』

 『자유롭게 편안히 살고 싶습네다.』

 『그럼 왜 과장님과 내 말은 믿지 않고 공화국 정치군관들 말을 더 믿고 있나? 공화국이 그새 그리워서 그래?』

 『아, 아닙네다.』

 인구는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정동준 계장을 바라보았다. 정동준 계장은 이만큼 혼을 냈으면 되었겠다 싶어 사무실을 나올 때 과장이 했던 말을 다시 물었다.

 『아까 시내로 나오기 전에 과장님이 뭐라고 말씀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