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준 계장은 인구에게 아이스크림 먹는 법을 가르쳐주며 물었다.

 『북에서는 이 아이스크림을 무어라고 부르지?』

 『얼음보숭이라고 합네다.』

 『그렇지. 얼음을 가지고 깨보숭이나 떡보숭이처럼 보송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공화국 사회에서는 얼음보숭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공화국 외교부에 복무하는 참사관이나 서기관이 영국이나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하고 외교 관계 일을 협의하다 간식을 대접하기 위해 「얼음보숭이나 먹으러 갑시다」 하고 말했는데 공화국 외교관과 긴밀한 내용을 토론하던 다른 나라 외교관들이 얼음보숭이란 말의 뜻을 몰라 들은 척도 안 하면 어떡해 해야 되겠어?』

 인구는 정동준 계장이 묻는 질문의 취지를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동준 계장은 『다른 나라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나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쓰는 말을 사용해야 그 사람들도 공화국 외교관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고, 고마워하고, 또 자기도 무언가를 대접하려고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지겠지?』 하고 되물었다. 인구는 그때서야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어? 공화국 외교관은 수령 동지와 지도자 동지의 지시를 받고 외국에 나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 외교관이 국제공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우선 공화국이 덕을 보게 되고 두 번째는 그 외교관이 국가와 인민을 위해 충성하는 길이 되겠지? 그런데 공화국에서 사용되는 얼음보숭이라는 말은 국제사회에서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어. 말 자체는 영어에서 나온 외래어지만. 그래서 이곳 자유대한의 국민들은 일반 사민들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공화국 외교관들처럼 각국으로 바삐 돌아다니다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아예 국제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국제공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제 자유대한에 사는 국민들이 왜 쓰기 쉽고 읽기 쉬운 우리 조선말을 놔두고 국제공용어를 버릇처럼 쓰고 있는지 그 배경을 이해 할 수 있겠니?』

 정동준 계장이 가르쳐 준 대로 인구는 조그마한 스푼으로 유리 그릇에 담아온 아이스 크림을 떠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르르 녹아드는 아이스크림 맛에 취해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심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사라진 느낌이었다. 정동준 계장은 조금 전에 느꼈던 석연찮은 점을 다시 끄집어내어 물었다.

 『인구 너, 조금 전 이 휴게실로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느닷없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저 앞으로 정선생님과 과장 선생님이 묻는 말에는 뭐든지 다 대답하겠습네다. 제발, 중앙정보부에만 데리고 가지 말아 주시라요.」 하고 빌던데 너한테 누가 그런 말을 했어? 과장님이 그랬어?』

 『아, 아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