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어린 시절 평양에서 살다가 평안북도 낙원군으로 이사를 간 이후 고등중학교 시절 할아버지의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혁명열사릉에 가기 위해 한번 가 보았고, 그후 운전교육을 받고 화물자동차를 몰면서 평양에서 직접 수령해 오는 후방물자를 실으러 가기 위해 평양에 몇 번 가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동준 계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공화국의 연예인들이나 교육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평양시 동대원구역 문수거리를 지나가 본 적이 있어?』

 『네. 혁명역사박물관에 복무하는 둘째 고모가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고등중학교 시절 그곳에 한 번 가보았습네다.』

 『고등중학교 시절 문수거리에 살고 있는 둘째 고모 집에 가 보았다면 지난 1981년부터 1983년 사이에 지어진 일만 칠천여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보았겠구먼?』

 『네. 고모가 이사간 새 아파트가 거기 있기 때문에 가보았습네다.』

 『저기 강 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은 서울의 강남지역이 개발되면서부터 지어진 아파트들인데 북한보다는 약 10년 앞서 지어진 아파트들이야. 어때? 평양의 문수거리 아파트들보다 낮고 낡아 보이지?』

 인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기사는 정동준 계장과 인구가 나누는 대화가 이상하게 들리는지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흑석동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수많은 승용차들이 레이스를 벌리듯 흑석동 내리받이 길을 달려가다 중앙대학교 입구 횡단보도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신호가 바뀐 것이다. 넓은 도로에는 갑자기 승용차들만 빼곡이 들어차 있는 느낌이었다.

 『바깥 승용차들 좀 봐. 승용차의 지붕에 택시라고 쓴 고깔을 쓴 차들도 있고, 고깔이 없는 차들도 있지?』

 『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승용차 옆의 저 차는 지붕에 택시라고 쓴 고깔을 덮어쓰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손을 들면 손님 곁으로 다가와. 어디론가 급히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메타기에 나타난 요금만큼 돈을 내고 임시로 빌려쓰는 영업용 승용차이기 때문이야. 자유대한에서는 이런 차들을 택시라고 부르고, 이런 택시를 몰면서 시민들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분들을 택시운전기사라고 불러. 그리고 고깔 없는 승용차들은 과장님이 몰고 다니는 승용차처럼 개인 소유의 자가용 승용차들이야. 그런 차들은 손을 들어도 세워 주지 않아. 사용 요금을 받고 영업을 하는 차가 아니기 때문이야. 이제 자가용 승용차와 영업용 승용차들을 구분할 수 있겠어?』

 인구는 그때서야 구분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흡족하게 웃으면서 내친김에 호칭법까지 가르쳐 주었다.

 『오늘처럼 영업용 택시를 타고 어디를 가다 앞에 앉아 운전하는 운전기사에게 거리 이름을 묻는다든가 요금을 묻고 싶을 때는 「기사님」이라고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