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그럽네다.』

 인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동준 계장은 기다리던 대답을 들은 듯 언성을 높였다.

 『그렇지! 살아 있는 동안 외롭지 않게, 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이곳 자유대한 젊은이들도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대부분 교양 차원에서 예의범절과 처신술 공부를 해. 그러니까 인구도 앞으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게 예의범절도 잘 지키고, 처신도 잘해야 돼. 알았지?』

 인구는 그렇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또다시 담배를 빼물면서 인구에게도 한 대 권했다. 인구는 조금 전과는 달리 감사히 받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 가지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정동준 계장은 얼른 말해 보라고 하며 인구를 쳐다봤다.

 『정선생님은 왜 예의 범절이라는 우리 동포들이 사용하는 조선말을 놓아두고 주체성도 없이 자꾸 에티켓이라는 남의 나라 말을 사용합네까?』

 정동준 계장은 얼떨결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어 웃었다. 그리고는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주체성도 없이 자신이 에티켓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 의도를 설명했다.

 『오늘 인구가 참 좋은 질문을 했는데, 외국에 나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말을 할 때는 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돼. 그런 말을 국제사회에서는 국제공용어라고 표현하는데, 이곳 자유대한의 서울은 오늘날의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가 아니고 각국의 사람들이 내왕하는 곳이고 그런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다 보니까 그것이 버릇이 되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 나와서 그래. 듣기가 거북하면 나도 고칠 테니까 인구도 이해해 줘. 요사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도 혼자 고립되어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문화교류와 교역을 통해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교환하며 공존공영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추세인데,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자존심을 생각지 않고 자기 나라 말만 자꾸 사용하면서 상대방에게 무안이나 곤란함을 안겨 주면 그 사람이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겠어? 만나기 싫다고 하겠지? 그렇게 되면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것도 못 가지게 될 것이고, 못 가지는 만큼 외톨이가 되어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겠지. 이런 문화적 충돌과 언어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민족과 인종을 초월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국제공용어가 자꾸 만들어지고 있는데, 에티켓이라는 외래어도 그런 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말의 뿌리는 프랑스어에서 왔지만 말이야. 이제 내가 예절이나 예법이라는 우리 민족의 말을 놓아두고 자꾸 에티켓이란 외래어를 버릇처럼 쓰고 있는 배경을 알 수 있겠어?』

 인구는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주문했던 아이스크림과 주스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