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구 그 애, 에티켓이 영 엉망이더구먼,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처신이 개차반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여기서 인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말은 개차반이라는 말인데, 개차반이 무슨 뜻인지 알아?』

 인구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동준 계장은 개차반이라는 말의 뜻을 분명하게 알아두라고 강조한 뒤 그 개념을 설명했다.

 『그 말은 말이야, 이곳 자유대한에서는 개의 똥을 가리키는 비속한 말로 통용되고 있는데, 몸가짐이나 행세를 더럽게 하고 다니는 사람을 욕할 때 대다수의 남조선 사람들은 그런 말을 사용해. 그러니 인구의 실제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에 대한 표현을 비교해 볼 때 얼마나 오해가 심하고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되니? 분명히 인구 너는 조금 전에 몸가짐이나 행세를 더럽게 하지 않았고, 또 정중한 존경의 의미로 나에게 그런 몸가짐을 보여주었는데 남조선 사람들은 조금 전 인구의 그런 행동을 보고 물어보지도 않은 채 그런 말을 해버리며 인구의 인격 자체를 개똥에다 비유해버리니 세상 살아가는데 에티켓이나 처신술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인구는 갑자기 당황하는 빛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에게 고개를 들라고 말한 뒤 다시 설명했다.

 『곽인구! 너, 전연지대에서 복무하면서 이곳 자유대한에서 월북한 사람, 봤어, 못 봤어?』

 『봤습네다.』

 『그 사람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좋아서 북쪽으로 올라갔으니까 공산주의도덕과 공화국 법을 잘 지켜야 그쪽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겠지? 그와 마찬가지로 인구 너도 자유를 찾아 이곳 대한민국으로 내려 왔으니까 남조선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덕이나 예의, 또 처신술을 하루 빨리 익혀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고 칭찬을 받아야 너 주위에 사람도 많고 외롭지 않겠지? 북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자유대한이라는 곳도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의 입을 통해 오르내리는 평가가 나빠지면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고, 또 그렇게 되면 외롭고 힘들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없게 돼. 너, 그렇게 힘들게 사선을 넘어왔는데 이곳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야 되는데 네가 처신을 잘못하거나 이곳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에티켓을 몰라 손가락질 받고, 그런 경우가 늘어나 외톨이가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겠어?』

 『없습네다.』

 『그래서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통용되는 에티켓이나 처신술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대부분 교양 차원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이곳 자유대한에서 태어난 사람들인데도 왜 그렇게 예의나 처신술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