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그렇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사이좋게 유지하면서 자기가 마음먹은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곳 자유 대한에서는 에티켓(etiquette)이라고 말해. 때로는 처신술(處身術)이라고도 말하지만. 처신술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넘어온 한자를 가지고 만든 말인데 그 뜻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몸가짐의 방법이나 수단을 나타내는 말로 통용되고 있고, 에티켓이라는 말은 프랑스에서 넘어온 외래어인데 그 뜻은 예의나 예법을 나타내는 말로 통용되고 있지. 내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요해(이해)가 돼?』

 인구는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다시 인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조금 전 내가 인구에게 담배를 권한 것은 인구가 어딘지 모르게 괴로워 보여 우선 좀 쉴 수 있는 곳으로 인구를 데리고 들어가 자리를 정한 뒤 「이곳은 안전하게 좀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니까 몸과 마음이 불편하면 우선 담배나 한 대 피우면서 안정을 좀 취하라」 하는 말 대신 「담배 피울 테야?」 하는 말 한마디로 내 가슴속에 있는 마음을 다 전한 셈이 되는 거야. 그런데 인구는 그때 어떻게 처신했지?』

 인구는 대답도 못한 채 정동준 계장의 눈동자만 지켜보고 있었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가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느끼라고 또 말을 이어 나갔다.

 『나한테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없이 네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탁자 위에 꺼내놓으며 담배를 권하는 내 손을 무안하게 만들었지?』

 인구는 인정하듯 고개를 숙였다. 정동준 계장은 고개를 들게 한 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가 하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때 인구가 권하는 담배를 받지 않고 주머니 속에 있는 담배를 꺼내놓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어. 내가 인구 대신 말해 볼까?』

 그때서야 인구는 정동준 계장이 자신의 조금 전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 정동준 계장은 정곡을 찌르듯 말을 이었다.

 『내가 권한 담배를 받지 않고 인구가 속주머니에 든 담배를 꺼낸 것은 「계장님, 저 이제 담배 피우고 싶으면 제가 알아서 이 담배 피울 테니까 그런 데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는 정중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더 말을 걸지 않고 혼자 담배를 빼 물고 말았는데, 어때? 내 해석이 맞았어, 틀렸어?』

 인구는 『맞습네다』 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동준 계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듯 인구의 눈동자를 쏘아보며 또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인구의 본마음은 그런데 말이야 이곳 자유대한 사람들은 조금 전 인구가 취한 몸가짐이나 행동을 보고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

 인구는 또 긴장하는 표정을 보이며 정동준 계장의 눈동자를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