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그렁그렁하게 매달려 있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지도원 동지! 아니, 정선생님! 저 앞으로 정선생님과 과장 선생님이 묻는 말에는 뭐든지 다 대답하겠습네다. 기러니까니 저, 제발, 중앙정보부에는 데리고 가지 말아 주시라요. 일케 두 무릎을 꿇고 빌갔습네다.』

 인구는 땅바닥에 꿇어앉아 울면서 빌었다. 맨바닥에다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이 닳도록 빌며 울부짖는 인구의 모습을 내려다보다 정동준 계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무지 인구의 그런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느닷없이 중앙정보부라는 말은 왜 튀어나왔으며, 두려움과 공포감에 들떠 있는 듯한 인구가 땅바닥에 꿇어앉아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이 가련해서 지켜볼 수가 없었다. 정동준 계장은 명령하듯 언성을 높였다.

 『빨리 일어낫!』

 인구는 벌벌 떨면서 일어나 계속 훌쩍거렸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가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원인을 알 수 없어 궁금했지만 일단은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산 타워 안에 있는 휴게실로 올라갔다.

 『우리 여기 앉아서 좀 쉬었다 내려가자.』

 정동준 계장은 서울 시내 정경이 잘 보이는 자리로 가서 앉으며 웨이터를 불렀다. 하얀 고깔 모자에다 단정하게 미니스커트를 차려 입은 여자 종업원이 다가왔다. 정동준 계장은 아이스크림 두 개와 주스를 주문한 뒤 담뱃갑을 꺼냈다.

 『담배 피울 테야?』

 정동준 계장이 인구 앞으로 담뱃갑을 내밀며 물었다. 인구는 정동준 계장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기 주머니에 든 담뱃갑을 꺼냈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셈으로 더는 권하지 않고 담배를 한 개피 빼문 뒤 인구를 바라보았다.

 『이곳 자유대한에서는 말이야, 윗사람이나 나이 많은 분이 아랫사람에게 담배나 술을 권할 때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마음이나 애틋한 정을 담배나 술잔에 실어 건네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과장님이나 다른 분이 인구에게 「담배 한 대 하게」 하고 담뱃갑을 내밀거나 술잔을 건넬 경우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받아 피우든지, 아니면 「담배를 피우지 못하기 때문에 사양하겠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다 받아들이면서도 무안을 주거나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돼. 또 담배는 피울 줄 알지만 담배를 건네주는 상대방이 나이가 많아 그 앞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기가 거북하면 권하는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담배는 감사히 받아서 자기 앞에 놓아두며 「조금 있다가 피우겠습니다」 하면 모처럼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는 상대방도 무안하지 않고, 인구도 상대방이 건네주는 따뜻한 마음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어 두 사람의 대화 분위기가 더 친밀해질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