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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물론이고 신정아씨를 비롯한 온갖 유명인의 꼬리에 꼬리를 문 거짓말이 넘쳤던 작년의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씁쓸하지만 그래도 지난 한해를 잘 대변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말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 오고 있다. 이 신문은 작년 11월 말부터 한문학, 중문학 교수 7인에게 사자성어를 2개씩 추천받아 후보 5개를 추린 뒤 전국의 언론, 대학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3%가 자기기인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안대희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자기기인은 분수를 모르는 인간의 탐욕이 도를 넘었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라며 "올해 한국 사회는 이런 자기기인의 성어에 들어맞는 사건을 아주 많이 접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자기기인 외에 '산중수복'(山重水複·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 '수락석출'(水落石出·일의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남), '목불인견'(目不忍見·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음) 등이 사자성어 후보였다.

이전에 뽑힌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2001년), 이합집산(離合集散·2002년), 우왕좌왕(右往左往·2003년), 당동벌이(黨同伐異·2004년), 상화하택(上火下澤·2005년), 밀운불우(密雲不雨·2006년) 등이다. 세상이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한해의 세태를 반영하는 한자로 '위'(僞)가 선정됐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전국에 공모한 결과다.

식품, 야채, 과자, 패스트푸드 등 우리 곁에 있는 음식물 위조와 정치가의 거짓발언, 스포츠선수 약물 복용 등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린 탓이다.

응모자들은 '무엇을 믿어야만할지 알 수 없었던 1년이었다. 내년에는 꼭 겉과 속이 일치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많았었다.

중국은 어떤가. 작년 중국 사회를 가장 잘 반영하는 한자로 '창'(漲)이 꼽혔다. '(가격이)오른다' '불어난다'는 의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텅쉰(騰訊)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들어 돼지고기 값 등 식료품 가격이 50% 이상 폭등하면서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고치(4.5%)를 기록 한 것과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10%를 넘어선 '물가 파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역시 달갑지 않은 단어다.

우리를 되돌아 보자. 올 한해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어두운 것은 털고 새시대 새 대한민국을 열어나가야 한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바닥난 경제부터 살려내야 한다.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시설투자와 외국인 직접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세부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민족간 화해와 평화를 증진하면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 공공 부문과 교육 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연말에는 그럴듯한 사자성어를 기대해 봄직도 하다.

온 얼굴에 가득히 웃음꽃을 피우는 만면춘풍(滿面春風)이나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 듯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참고 견뎌내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 정도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기분이 유쾌해 진다.
 
/백종환 정치부장